<디셉션 포인트 2>를 보다가 전 권을 읽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 하나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총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에서 흐르는 시간이 단 ’하루’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글을 읽는 내내 지루함이라곤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극중 시간의 흐름에 더 더욱 놀랐다.
고작 하루라는 시간안에 일어나는 사건을 3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 권의
책으로 써 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했다.
작가에게 24시간은 그저 하루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일들이 일어나고 행해질 수 있는
무한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글의 주를 이루는 소재로만 보자면 디셉션 포인트는 상당히 무겁고 엄중하다.
절대 밝혀지지 않는 정치의 뒷배경과 실로 어마어마한 과학의 세계,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글은 넘쳐난다.
그런데도 -내 짐작으로- 독자들은 이 작품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엔 다가가기 어렵기만 한 세계가 이 작품에선 너무나 흥미롭고 신기하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를 가정해 보자면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분한 일이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면 그저 
전율이 흐르도록 멋있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조금도 유치하지 않고 조금도 가볍지 않으며 조금도 심심하지 않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와중에도 역시나 유쾌한 ’코키 말린슨’의 말장난과
’섹스턴’ 상원의원의 우스운 자살행위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끊임없이 배후를 고민한 나에게 반전에 또 다른 반전의 결과를 
만나게 해 준 작가의 세심한 배려(?)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이야 말로 작품성과 대중성, 그리고 전문성을 두루 갖춘 글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내 평가가 절대 과분하다고 생각지 않다. 

빠르고 극적인 사건 전개와 다양한 액션의 형태로 미루어 보자면
'댄 브라운'의 다른 작품들 보다도 <디셉션 포인트> 야말로 
볼거리 풍성한 영상물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