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큰 줄기는 두 가지다. 스키장 코스에 시한장치폭탄을 묻어두었으니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범의 요구에 맞선 스키장 로프웨이 사업본부 주임 쿠라타 레이지와 스키장 패트롤 요원 네즈 쇼헤이의 활약. 스노보더와의 충돌사고로 아내를 잃은 이리에 요시유키, 엄마의 죽음을 곁에서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채 마음을 닫아버린 이리에 타쓰키 부자. 사고를 일으킨 스노보더는 도망가 버렸고, 사고로 인해 호쿠게쓰 구역은 잠정 폐쇄된다. 호쿠게쓰 구역의 폐쇄로 호쿠게쓰초 마을 주민들의 생계는 어려워지고... 스키장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채산성이 낮은 호쿠게쓰 구역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사실들이 드러나는데...

 이 이야기의 줄기들은 사건이 흐름에 따라 얽히고 얽혀 나름 경악스런 반전에 다다르게 된다. 새하얀 설원을 무대로 한 스노보더들의 대추격씬이 압권인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봇물터지듯 급류를 타고 이야기가 빠르게 휩쓸려 내려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눈과 머리를 잡아 이끄는 힘이 여간아니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는 입장은 아니지만, 겨울스포츠의 꽃을 매력적으로 묘사하여 일말의 동경을 갖게 만드는 솜씨도 좋고, 동시에 그 꽃을 피우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것들, 환경에 대한 화두를 슬쩍 던져놓은 것도 좋았다.

 경찰에 알릴 수도, 안알릴수도 없는 기구한 상황, 내부인물들의 고뇌와 고충.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가지고 만든 이야기들. 확실한 사전정보수집과 취재로 느껴지는 전문성과 그로 인한 다양한 간접경험. 기본적인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장점들이 군데군데 진하게 묻어난다.

 다만 찬찬히 경관을 살피면서 잔뜩 멋부린 채 코스를 잘 타고 내려가다가 너무 급한 경사를 만난 것인지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이뤄진 마무리는 다소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며, 곁가지로 끼워 넣은 세리 치아키 일행과의 얽힘이 너무 뜬금없고, 어설프게 처리된 듯 하다. 애정 코드를 넣고 싶었으면 좀 더 확실하게 하던가, 아니면 아예 빼버리던가.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수에 비해 지뢰와 폭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본격 추리물은 아니지만 함정을 좀 더 파놓았어도 좋을 법 했는데.

 최고의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 그를 추리작가의 올무에 매어놓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소화해 내고 있다. 때문에 트릭과 반전에 헉 소리날만큼 당했던 그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고, 때로는 이도저도 아닌 '미즈와리(水割り)스런' 이야기들에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많다. 일본 추리 미스터리에 눈과 머리를 잡아 이끌어 놓은 장본인으로서 작품편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용의자X의 헌신>, <악의>, <백야행>과 같은 악 소리날만큼 인상적인 대표작들을 좀 늘려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결코 그가 들을리 없는 볼매고 목맨 소리 허공에 한 번 날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