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접한 추리 미스터리 작품들이 대부분 성에 차지 않는 것들 투성이였기에, '가위남'과의 만남이 조금 더 반가웠을 게다. 노블마인에서 2007년에 펴낸 '슈노 마사유키'의 <가위남>은 잘 갈려서 그 끝이 날카롭기 이를데 없는 가위같은 특유의 매력적인 섬칫함과, 트릭과 반전이 엮어내는 즐거움으로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여고생을 잇달아 살해하고 목에 가위를 꽂아놓은 가위남의 범행. 치밀한 범행으로 결코 꼬리를 잡히지 않았던 '가위남'은 세번째 범행을 위해 점찍은 여고생을 미행하다가 그 여고생이 자신의 수법과 똑같이 살해되어있고, 목에 가위까지 꽂혀있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기가막힌 상황. '가위남'은 자신을 흉내낸 범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조금 특이하고 이색적인 설정. 처음부터 '가위남'의 입장에서 서술되어가는 소설의 형태 또한 이채롭다. '가위남'에 대한 서술과 가위남 사건들을 쫓는 형사들의 수사가 번갈아 보여지며 진행된다. '가위남'이 세상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사유하고 생각하는 문장들이 담담하면서도, 냉소적이면서도 정확히 그 본질을 꿰뚫고 있는 면이 많아 흠칫흠칫 놀라며 읽었다. 일상의 사소하고 세세한 것들을 솜씨좋게 담아내는 작가의 문장을 보니, 장르문학이 아니라 순문학 작품을 써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진범이 모방범을 쫓는 특이한 설정임에도 너무도 평온하게 차곡차곡 진행되는 과정과 흐름 때문에 중간에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엇, 이걸 바라고 읽는 건 아닌데' 싶어서. 그러나 역시 이름난 작품은 뭐가 있어도 있게 마련인 법. 독자에게 던져진 큰 트릭과 종반부에 펼쳐지는 반전이 그 모든 과정을 보상해준다.

 

 트릭에 있어, 장르문학을 많이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익숙한 그것으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나름 솜씨있게, 허술함없이, 재미있게 비틀어 놓았다. 꼼짝없이 '속았구나'하는 것을 느끼고 앞장을 팔락이며 뻔하게 적혀있는, 무척이나 사소해 보였지만 납덩이와도 같은 무게를 지녔던 사실들을 눈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범인과 사건에 관한 한가지 팩트 때문에 이것저것 의심해 보느라 '그럴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핀트가 조금 빗나가고 말았다. 결국에는 '시작'부터 큰 오해와 편견을 가진 채 출발할 수 밖에 없었던 레이스. 읽는 내내 과연 어떤 형태로 귀결될까 하는 것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레이스. 뒷이야기가, 머리속에서 무한히 펼쳐지게 될 것만 같은 마지막.

 

 다 읽고 난 뒤에 표지를 다시 보니 여러 의미로 '아, 표지 정말 잘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그램이 들어간 은색 가위도 멋드러지지만 그 뒤에 놓인 검은 실루엣에 더 눈길이 간다. 배경이 왜 보라색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 찾아보니, 보라는 우아함, 화려함, 풍부함, 고독, 추함 등의 다양한 느낌이 있고, 품위있는 고상함과 함께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게 하며, 불안한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단다. 의도한 배색인지는 모르겠으나, 작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딱! 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철컥' 소리를 내며 두 날이 딱 맞물리는 가위의 그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