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만든 소설이라고 할까! 소설의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다.

쓰리, 쓰리꾼,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나이 어린 학생들을 모를지도 모르겠다.

일명 소매치기.  소매치기도 사회악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책엔 더한 '놈'이 나온다.

사람을 때리고, 죽이고, 괴롭히는 것에서 극한의 희열을 느낀다는, 그런 설정은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악마와 같은 '사람' 이랄까. 이 책에도 그런 인물이 하나 등장한다.

야쿠자의 두목같은, 모든 사람을 조종해서, 그런 희열을 만들어 내게 하고 싶은 검은 손이다.

어제 본 영화 '이끼'에서도 비슷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잔인하고, 계산적이며, 사회의 각종 계층과 네트워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곳에서 자신의 희열을 채우며 사회의 극상층과 맞닿아있는 악마..

이런 설정은 '백야행'에서도 본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은 이 책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살아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영화와 드라마와는 또 다른 절대악이 등장한다.

 

악하면서도, 악하지 않은 존재.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책의 주인공 소매치기이다.

때론 우정과 의리 안에서 행복해하고, 때론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작은 소년을 보면서 그를 보살피고, 그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무엇이 악인가? 어렸을 때 불우한 가정 환경을 견디며 소매치기를 하고 살아온 주인공의 인생이 가여웠다. 가엽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고, 입양에 입양을 거듭했지만 결국 버려졌다. 그리고 시작했던 소매치기와 그 속에서 만난 친구, 그리고 사랑했던 여자친구. 이런 주인공의 인간적인 부분들은 소매치기라는 그의 직업에도 불구하고 그를 인간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누구든 사정은 있다. 소매치기, 그냥 생각하면 무서운데, 이렇게 문학 속에 녹아있으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엇이 악인지, 무엇이 선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의 설정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러한 미스테리적 설정 (누군가가 누군가의 삶을 조종하고 견제한다는 것) 자체가 섬뜩한 스릴러의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여름에 읽을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비록 얇지만, 어느정도의 페이소스를 주면서 여운이 짙은 마무리를 끌어낸 좋은 구성이기 때문에, 훌륭한 소설인 것 같다. 저자가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