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에 대해서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했던 책을 기억하고 있다.

내 이름은 빨강. 그 책이 나왔을 때 꽤나 센세이션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쁜 표지와, 독특한 책의 표지, 그리고 첫 장을 넘길 때의 강렬함을 기억한다.

꽤 난해했던 책이었다고 기억되고, 노벨문학상의 작가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 때문에 멀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다. 그가 그간 써오던 책의 주제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부유한 가정의 아들로 태어나 공과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어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

이 책에도 미국에서 유학을 한 부유한 상류 사회의 아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인물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마인드와 경험을 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이다.

흔해 빠진 통속 소설도 아니건만, 인물에 대한 객관적 묘사력, 그리고 심리에 대한 묘사력이 이 책 속으로 나를 빨아들이게 한다.

사랑이야기가 통속적이라, 주제가 독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금물이다.

나와는 거리가 있는 터키의 이스탄불. 나는 터키에 가 보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그런데 안 가본 동방의 나라인 만큼, 왠지 불결하다거나, 지중해로부터 불어오는 더운 바라이라든지, 사막으로부터 오는 후끈함 등이 상상된다. 그런 점이 좀 안타까웠다. 터키에 가보았다면 훨씬 상상하기 쉬웠을텐데. 그가 묘사하는 아름다운 여인 퓌순의 모습도, 그리고 그들의 부유함의 상징도, 부띠끄, 상가와 집들도 말이다. 터키의 여인들은 어떨까, 그들의 이름은 어떤 식으로 발음되고, 그들은 어떤 식의 발음을 할까. 오르한 파묵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터키가 많이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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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서 나의 영혼이 나와서, 천국의 한 곳에서 퓌순을 안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문으로 빨리 걸어갔다. 터무니없는 상상이었따. 게다가 퓌순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도아니었다.

문에 달린 종이 딸랑거렸고, 카나리아 한 마리가 지저귀기 시작했다.

 

 

오르한 파묵의 표현력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적어놓고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아무런 부러움 없이 잘 자란 케말이 처음 퓌순을 보았을 때의 심정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낀 30살의 청년.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 외면하려 하지만 이미 그의 가슴은 터지려고 하고 있었다.

케말과 퓌순의 첫 만남의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다. 둘 사이의 적막감과 부띠끄 안을 떠도는 먼지의 움직임, 햇살의 산란까지 느껴지는 것 같은 오르한 파묵의 필력.. 이 책을 보는 순간 그에게 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