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는 언젠가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오페라하우스로 우선 유명하고,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수도가 아니면서 수도보다 더 유명한 곳. 이름하야 시드니이다.

 

개인적으로 호주에 대해선 특별한 기억이 있다.

호주에 사는 사람을 20살에 알았던 적이 있다. 그녀는 한국 사람이었고, 호주의 브리즈번이라는 곳에서 유학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우연히 알게 되어 펜팔을 하고, 메신저를 하고, 전화도 하면서 친해졌다. 그렇지만, 두둥.. 한국에 들어오고 직접 만나보고 나서, 상상했던 사람과는 달라서 너무 당황스러웠던. 나에겐 유년 시절의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랄까. 그녀가 펜팔을 하면서 말했던 아름다운 해변이 떠오른다. 사진으로도 못 본, 상상 속의 해변은 내 머리 속에서 참 아름답게 빛났다. 이 책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내가 상상했던 자유로운 도시의 시원함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섬으로 이루어진 대륙이니만큼, 유럽같은 느낌보다는 시원한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바닷가에 위치한 큰 도시들은 더욱 시원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나의 기억에 발맞추어 다가온다. 이들은 연인이었고, 서로 떨어져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지만, 남자는 용감하게 일을 때려 치우고 (!) 그녀를 향해 호주로 건너간다. 바다라곤 건너가 본 적 없는 토박이 남자가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무모한 것이 사랑인가보다. 그래서 그들이 이렇게 잉꼬 부부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처음 보는 사람에겐 마치 시드니 안내 책자같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그들이 좋아하는 장소들을 소개시켜준다. 감상과 소개, 그리고 그 장소에 얽힌 추억과 함께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전화번호까지 기재되어 있다. 낯선 도시에 가면서 사람들이 모두 가는 곳이 아닌, 작지만 추천할 만한 장소를 찾는 이들에게는 이 책만큼 현지 상황에 맞게 잘 구성된 책이 없을 것 같다. 부부의 사랑을 느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시드니의 지도도 함께 첨부되어 있어서 정말 여행서같은 기능을 하는 잡지같은 에세이집이다. 풀 컬러이면서 얇은 두께, 그리고 감각적인 표지는 이 책의 스타일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