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간이 인간성을 잃어가는 전쟁에서의 상실감을 드러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화가와, 전직군인, 화가가 사랑했으나 전쟁에서 숨진 연인. 딱 이렇게 세 명 밖에 안 나오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흐름이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잔잔하고 애잔한 스토리,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심도있는 탐구를 한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조금 낯설었지만, 작가의 생각이 잘 담겨 있어서 무거운 느낌이다. 묘사와 대화들도 무거운 느낌이 든다.

주인공 격인 화가, 안드레스 파울케스는 지중해 해안의 망루에서 벽화 작업을 하는 화가이다.

그는 젊은 시절 종국 작가로 활동했고 그 당시 죽음의 현장을 많이 포착했다.

하지만 어느덧 작위적이고 인공적인 연출이 잦아졌고, 그는 사진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게 되었고. 그래서 어렸을 적 부터 꿈이었던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망루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어느날, 망루로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 남자는 크로아티아 에서 파울케스의 사진 속에 담겨졌던 남자이다. 그 남자는 그 사진이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는데, 파울케스는 그 사진으로 사진전에서 상까지 받았다며 그를 죽이려고 한다. ( 저작권 문제는 안 다루어지네요. 요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전쟁통이라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요) 그 두 사람은 소설을 통해 전쟁과 죽음,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담아낸다. 천안함 사건의 생존 병사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이 괴로워하면서 인터뷰하는 장면에서, 살아 나오지 못한 장병들에 대한 죄스러움이 드러나왔다. 그들이 얼마나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전쟁이란 이렇게 인간의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 일이다. 혹독한 현실을 살아나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지.. 작가는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다. 얼마나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사는지, 그리고 그 혼돈을 깨닫게 되면서 얼마나 인간이 비통하게 느끼는지 말하고 있다. 깨달음, 그것은 멀리 있지 않으나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죄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한 것을, 그런 슬픔과 혼돈이 자연의 질서라는 것을 인간은 슬프게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