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소설가인 최인호씨가 20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면서 쓴 수필이다.
벌써 20년이나 되었건만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함께 했었던 마지막 순간, 마지막에 올렸던 기도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뺨에 해 주셨던 뽀뽀,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통화의 생생함까지..
그 뿐 아니라 아주 먼 옛날 이야기, 어렸을 적 이야기, 어머니와 홍시를 먹은 이야기,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했던 이야기 등등 여러가지 생활을 소소한 이야기가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과 함께 담겨있다.
작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이전에, 그 30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글쓴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심지어 여자까지 좋아했던 그 모습을 어머니는 늘 예수님이라 불렀다고 한다.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신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희망이었고, 사회와 자신과의 돌다리가 되어 주었다.
미웠던,많이 미웠던 감정들도 어느새 30년이란 세월 앞에 사라지고, 먼저 떠나가버린 당신을 늘 추억하면서 그 분을 믿고 따랐다고 한다.
힘든 일이 생기면 여보 당신 하면서 그 분에게 어떻게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식으로 말이다.
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30년이나 혼자 사셨던 그 분의 일생에 나도 모르게 안타까움을 느낀 것 같다.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했던 어머니의 모습을 저자는 똑똑히 기억한다.
천주교를 믿으셨지만 종교를 믿어도 죽음을 두려워하셨던 어머니가 목욕탕에서 나오는 길에 미끄러져 돌아가셨을 때 저자는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는 아이 몰래 주사를 놓듯,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했던 어머니를 목욕이라는 따뜻한 사탕에 잠시 정신 팔리게 하시고 목숨을 거두어 가셨다..
그렇게 생각하니 축복이라고..

어머니.. 아버지.. 나.. 모두 죽는다.
나도 생에 대한 집착이 심한 편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서 두려움이 많다.
이 책을 보니, 생의 허무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짧고, 젊음은 더욱 짧은데, 잘 살고 계신가.. 나에게 묻는다.
행복한가, 부족한 것은 없는가, 나의 머리 속 생각과 나의 살아가는 방식이 같은가.
에고 신토닉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나 추억은 남는다.
마지막 입맞춤과 마지막 보내드리면서 잡은 손처럼..
결국 보내야만 한다면 두 눈 가득히 그 모습과 숨결을 기억하고 보내드리면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별하므로.
연인들의 이별처럼, 사별 또한 그 애달픔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