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쏟아진 찬사는 무궁무진하다.

로힌턴 미스트리 (난 처음에 작가 이름을 미스터리 라고 읽었다!!) 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이 책..

 

처음 이 책을 만나는 순간 엄청난 두께감이 압박적으로 찾아왔다.

쉽지 않은 삶을 사는 네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도 심리적으로 압박이었다.

판타지 , 스릴러, 칙릿.. 바야흐로 이 세상은 점점 쉽고 재미있고 비현실적인 장르로 빠져가는 중이다.가벼운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고난함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경향이 커져만 간다.누구도 영화나 책을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고찰하기 쉽지 않은 빠르기의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다. 그들은 책을 사는 사람이 가지는 생활 수준, 딱 이 정도의 삶의 고충만을 보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누가 인도의 가난한 네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아마 번역을 했던 분도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한국에 들어와서 이 책이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는 번역자의 말..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나의 마음에 이렇게 큰 풍파를 불러 일으킬 줄은 몰랐다.

다른 나라에서 사는 네 사람을 이렇게 응원하게 될 줄 몰랐다.

적절한 균형을 위해 이렇게 발버둥치는 네 사람의 삶은 꼭 나의 이야기만 같다.

그래서 꼭 잘 됐으면, 꼭 불행의 양에 맞는 적절한 행복의 양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공정한 인생의 저울처럼, 불행을 날려버릴 만큼, 꼭 그만큼의 균형은 맞추는 것에 성공했으면 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꼭 한국의 여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같다.

판타지나 칙릿과는 먼 세계의 사람들..

주말 8시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지붕 네가족 이야기 같은 서민들의 이야기이다.

재력과 권력에서 멀어질 대로 멀어진, 살아가는 것에도 버거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나라의 70-80년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면, 억지일까?

이들에겐 넘을 수 없는 벽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카스트 제도이다.

권력에 더해진 막강한 신분의 장벽, 그리고 삶과 연관되는 경제적 문제..

인도에서 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우리 나라에서 서민으로 사는 것 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대학에는 진학했지만 이런 저런 일들로 기숙사 생활에 실패한 마넥, 그가 함께 살게 된 재봉틀로 생활을 해 나가는 과부인 디나, 디나에게 고용되어 재봉틀 일을 하는 이시바와 옴프라카시..이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고통의 무게만큼 인생에선 꼭 <적절한> 균형의 행운을 맛볼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