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프로야구도 시즌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올해는 선두권 경쟁이 시즌 막바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 lg, 넥센, 두산이 선두권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어느 팀이 우승할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팀 우승과 함께 많은 야구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중의 하나가 선수들의 개인 타이틀이다. 그 중에서도 타율이다. 어떤 선수가 최고 타율을 기록할지 궁금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이라는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1982년 한국 프로 야구 원년 mbc 청룡의 감독 겸 4번 타자로 활약한 백인천 선수가 현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백인천 선수를 끝으로 더 이상 4할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에 비하면 훨씬 더 향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의 타율인 4할 타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 번쯤 궁금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을 단순히 궁금한 것으로 남겨 두지 않고 직접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해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서고 있는 정재승 교수가 이민호, 천관율, 윤신영 외 야구학이나 통계학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해 모인 백인천 프로젝트 팀 54인과 함께 국내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미스터리를 파헤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또한 그것을 직접 실행으로 옮겼다는 자체가 대단히 흥미롭다.

 

프로젝트는 2011년 11월 부터 2012년 4월 12일까지 4개월 가까이 진행되었다. kbo(한국 야구 협회)의 데이터베이스와 관련 야구 기록들을 철저하게 조사, 분석하고 다양한 통계 기법을 적용, 검토하면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의 나태함이나 경기 환경 탓이 아니라 미국 프로 야구라는 ‘시스템의 진화적 안정화’ 때문이라는 고(故)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풀하우스: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full house: the spread of excellence from plato to darwin)”에서 밝힌 가설이 국내 프로야구에도 적용 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고 한다.

 

책은 한국 프로 야구도 미국 프로 야구와 마찬가지로 타자, 투수, 수비의 역량이 발전하고, 한국 프로 야구라는 전체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안정화되었고, 그 결과 4할 타자라는 특출 난 존재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즉, 스티브 제이 굴드가 주장한 것처럼, 자연의 많은 시스템이 성숙할수록 개체 간 특성의 ‘분산’이 평균을 중심으로 줄어들듯, 야구 선수들의 기량도 점점 평준화되어, 평균 타율을 중심으로 타율이 지나치게 높은 선수도, 지나치게 낮은 선수도 점점 사라지면서, 선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어 1할 타자도 사라지지만 4할 타자도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집단 지성을 통한 과학적 발견과 실험은 책을 읽는 내내 신선함을 안겨다 주었다. 백인천 프로젝트 팀에서 다루고 있는 4할 타자가 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한 결과 보다도, 그 결과를 도출해 내기까지 백인천 프로젝트팀 내부에서 일어나는 우여곡절이 더 재미나고 드라마틱하다. 일반인들은 학교를 떠나면 과학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같이 일해 본 적도 없고 과학이나 통계학 등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좌충우돌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앞으로 집단지성이 미래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