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와 신문 등 각종 매스미디어에서 세계 경제 규모에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었다. 조만간 미국도 제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를 받아 들인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급성장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경제의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중국의 대외의존도가 일본을 앞선 상황이다.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황하문명권을 가진 중국.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호랑이가 다시 전 세계를 향해 포효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주저 앉을 것인가? 현재 중국의 모습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다시금 그들의 역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역사의 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내용들이 많다.

 

세계사나 중국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제자백가'는 바로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활약한 인물들이다. 유가와 도가 같은 중요한 사상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시대의 영웅과 호걸, 지략가들이 중원을 누비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며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당시를 주제로 한 소설이나 영화, 심지어는 처세서나 경영서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그런 책들과 달리 순수하게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으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 주(周)나라가 융족(戎族)에게 밀려 동쪽 낙양(洛陽, 낙읍)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秦)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대략 550년의 기간을 말한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황하 주변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들이 들어서고, 일반 백성들이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국가의 틀을 형성하였으며, 더불어 왕조의 조세체계와 상비군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는 중국의 뼈대가 형성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춘추오패 중 첫 번째 패자인 제(齊)나라 환공을 세운,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5장 ‘관중의 출현’에서부터 사농공상의 분업, 시장의 활성화, 국제무역, 농지개간, 세제개혁, 중앙과 지방 행정체제 확립, 삼군제도의 정비, 법령의 집행 방식 확립, 존왕양이와 회맹질서의 수립 등 춘추시대의 경제체제, 행정, 군사, 법률, 외교 등 다 방면에 걸쳐 중국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들을 만들어 낸 관중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 그는 ‘언행일치’로 신뢰를 보여주고, ‘인(仁)’을 바탕으로 한 정치로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했으며,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 할 수 있는 계급을 뛰어넘는 인재등용으로 제나라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한다.

 

지금 현재 우리의 위정자들이 본받아야 할 내용들이 아닌가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는 현재도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총리와 각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지만 어느 한 사람 우리 국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 줄만한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더더욱 관중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왜 역사책을 읽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기존의 춘춘전국시대에 관한 책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먼저 기원전 세계제국으로 페르시아와 로마를 언급하여 당시 상황을 비교하고, 춘추전국의 지리적 배경인 황하, 장강, 태행산맥, 진령산맥 등 지형을 상세한 지도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또한 당시 의식주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당시 눈으로 짐작하도록 하고 있다.

 

풍부한 사진(흑백인 것이 조금 아쉽다), 그림, 지도, 에필로그, 답사기, 그리고 춘추시대 주요국 제후 재위 연표, 주요사건 연표 등은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워낙 많은 내용들이 나오다 보니 이런 것들이 없으면 머리 속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책 제일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린 커다란 춘추시대 지형도는 당시 상황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함을 더해주었다.

아주 오래 전의 역사지만 춘추전국시대는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읽고 현재를 음미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니다. 시간은 바뀌었고 무대는 다른 곳이지만 그 속에서 벌어진 수많은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우리 인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사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춘추전국시대의 첫 문을 열어 젖힌 관중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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