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080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7080 세대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있어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볼 여유가 생긴 연령대다. 그래서 요즘 주변에 보면 아예 소비자층을 7080 세대로 한정한 상품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었다.

 

요즘은 MP3로 음악을 듣고 있고, 바로 전 시기에는 LP와 CD로 음악을 들었다. 지금처럼 MP3로 음악을 듣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7080 세대들이 한창 음악을 듣고 소비하던 시기에는 라디오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산다는 집이라야 오디오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는 이종환, 김기덕, 박원웅, 황인용 등 DJ가 스타로 대접을 받던 시기였다. 시내 번화가 등에 음악만을 틀어주던 음악감상실이 있었고, 커피숍에 DJ박스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

 

자신이 신청한 노래를 듣기 위해 엽서를 예쁘게 꾸며 자신이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내놓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신경을 곤두세우며 방송이 끝날 때까지 자기의 이름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추억이다. 카세트테이프레코더가 나왔을 때는 자기가 신청한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이런 세대에게 있어서는 요즘 세대들과 달리 문화는 단순히 소비하고 마는 소비재가 아니었다. 추억과 기억이 어린 특유한 자신들만의 기호가 담겨 있는 상품이었다. 특히 노래는 다른 장르의 예술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접하고 따라 부르던 것이어서 상당한 흡입력이 있었다. 당시에는 가요보다는 팝송이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팝송을 아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인기가 아주 좋았다. 팝송 잡지들도 있었고 악보집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7080 세대에게는 팝송은 자신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정체성의 기준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기업들도 이런 경향을 읽고 발빠르게 이들의 취향을 상품화한 것이다. 세 장의 시디에는 7080 세대들이 그 시절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노래들이 빼곡이 담겨 있다. 세 장의 시디는 시간대 별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처럼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시디는 ‘Good Morning FM' 이라는 제목으로 Dusty Springfield의 You Don't Have To Say Love Me부터 Herman's Hermits의 There's A Kind Of Hush까지 아침을 깨우는 상큼한 곡으로, 두 번째 시디는 ’2시의 FM 데이트‘ 라는 제목으로 Daniel Boone의 Beautiful Sunday부터 The Turtles의 Happy Together까지 나른한 오후의 잠을 깨우는 경쾌한 곡으로, 세 번째 시디는 ’별이 빛나는 밤엔 FM과 함께‘ 라는 제목으로 Dusty Springfield의 The Look Of Love부터 Lou Christie의 Saddle The Wind까지 저녁에 어울리는 포근하고 감미로운 곡으로 각 16곡 총 48곡이 수록되어 있다.

 

옛 추억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다만 음질이 균질하지 못하고 음원이 불명확한 곡들도 있고, 무엇보다 곡에 대한 해설이나 가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저작권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어떠한 경로로 이 음반이 출시되었는지 조금 의심스럽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추억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런대로 들을만 하다. 다소 성의없는 기획이 아름다운 추억을 퇴색시키는 느낌도 든다. 옛날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곡에 대한 해설과 가사를 수록했더라면 이 음반의 제목처럼 괜찮은 음반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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