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성공적인 삶이 그만큼 쉽다는 의미로도 여겨지게끔 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현실 삶에서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 <시애틀 우체부>는 표지에서부터 당당하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무엇이 저자의 삶을 당당하게 성공한 삶이라고 자신하도록 해주는 것일까.

외로운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 이렇게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함께 기뻐할 겁니다. 67p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 많이 나온 단어들이 다음과 같다. '같이', '함께', '이웃', '우리 동네'......위의 글귀에서는 두번씩이나 비슷한 말이 되풀이되어졌다.  

가끔 바깥에서 이 할머니를 뵈면 차에서 내려 손잡고 길 건네 드리고, 소포가 오면 위층으로 올려다 드리고, 가끔 짧은 순간 말동무 해드리는 것이 제가 하는 전부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시간이 정말 기다려지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성의 하나로 저를 천사로 만들어 주셨네요. 지상에서 천사가 되는 게 이렇게 쉬운 일어었다니......저에게 천사가 될 기회를 베풀어 주신 할머니께 감사할 뿐입니다. 128p

그런데 무엇이던 함께하려면 먼저 다가가야 하는 법, 저자는 자신의 일과 삶에서 저렇게 다가간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사소한 것에도 도울 수 있는 것을 찾고, 무심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대화라도 건네는 모습으로...그렇게 다가오는 그에게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그와 '함께'하기를 즐거워하며 또한 그를 소중한 사람으로 여긴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더해주는 삶.  

저는 지금 여기서 제 삶을 향유하며 살고 있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어려운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전쟁, 기아, 질병......이런 원치 않는 것들이 자신의 삶을 '참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에 대응할 수 없는 사람들......그 사람들은 단순히 그 지역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존중받아야 할 삶이 파괴되고 갈갈이 찢어져 버리고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들을 찾는 것이 바로 그 메일들입니다. 혹시 누가 그 전단을 읽고 10달러, 아니 단 1달러라도 기부한다면 그 아픔은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조금이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제 일을 통해서 삶들이 사랑을 나누고, 고통을 나눴으면 합니다. 136p

자칫 무심해지기 쉬운 일상의 반복, 권태로 찌들기 쉬운 삶의 자리에서 그는 이웃과 함께 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것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랑을 전하는 것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품는다. 지구 어딘가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길 그저 막연하게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거운 가방에 담겨진 편지 한 통을 최선을 다해 전달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통해서 그들을 사랑하고 돕는다.

사랑은 변화를 가능케 합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의 변화죠......아내를 만나고, 내 삶을 사랑하게 된 것. 아마 지난 미국생활 동안 제가 찾은 가장 큰 보물은 바로 그것입니다. 215p

책의 뒷부분에서 저자의 삶의 원동력, 자신의 일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며 함께 하는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지치지않는 힘의 근원을 위와 같이 밝혀준다.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 스스로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것이라고......우리 모두가 주어진 삶의 자리와 자신 스스로를 감사하며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