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전에는 순종이라는 제목의 내용을 기존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의미대로 생각을 했다.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것에 따르는 것...절대순종, 뭐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책의 시작부분에서부터 권위에 대한 내용이 나와 조금은 의외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어른들에게도 어렵고 껄끄러운 주제인 권위에 대한 부분을 얘기해주는 게 반가웠기 때문이다. 

사실 앞에 가진 나의 생각대로라면, 하나님의 뜻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런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온전히 순종한다는 내용이었으면 솔직히 막연하고 거창하기만한 이야기였을 텐데, 이책은 권위에 대한 존중과 순종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아이들의 생활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로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그런데 사실 어른인 나에게는 쉽지않은 책이었다. 아마도 많은 생각을 가지고 책을 대해서 그런가보다. 오히려 나보다 책을 먼저 읽은 딸아이는 별로 특이할 거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5학년에 올라가는 나이니만큼 학교에서 친구간에나 선생님과의 사이에서도 겪을 만한 일은 꽤 겪어봤다는 관록(?)을 반영하듯 쉽게 자기네들 이야기 같이 후루룩 금새 읽고는 되돌려주었다. 

그런 덤덤한 반응에 사실은 내심 긴장하고서 책을 읽어보라고 했던 아빠인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것도 사실이었는데(아이들 대상으로 한 신앙서적은 솔직히 어른도 받아들이기 힘든 영웅담 위주의 거창한 내용들이 담겨진 경우가 간혹 있어서이다), 실제로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편해졌던 그 마음이 오히려 무거워지고 복잡해진다.

일단은 책속에 부모의 모습에서 내가 차마 엄두도 못낼 인내와 자상함, 기다림의 모습을 보니 참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래서그런지 책을 읽고나니 더더욱 아이에게 책을 읽고난 느낌이 어땠는지를 묻기가 더 꺼려진다. 하여튼 이런 느낌은 개인적인 느낌이고 정작 어려운것은 책이 정말로 말해주고 싶어한 권위에 대한 존중과 그에 대한 순종이라는 중심 주제이다. 그 중심 주제를 위해서 무언가를 많이 담아낸듯한 책이 사뭇 무겁게 다가와서이다. 

권위라는 것이 진정으로 하나님이 만드신 질서의 큰 부분이고 거기에 힘과 책임, 의무등을 실어주신것도 하나님이라는 이해와 그 만드신 목적이 그 권위아래 있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권위의 참된 의미를 알게 해주려는 것과 그렇게 하나님에로부터 온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알게해주고 싶어한 것 같은데 어른인 내 입장에서는 솔직히 편안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권위, 존중, 순종에대해 워낙 어렵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 모든 것을 한 이야기에서 다 담아내기는 힘들다는 선입견이 나에게 있어서 그런가보다. 책을 읽고난 어려운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아이와 책에 관한 대화를 제대로 해보아야겠다. 책을 빌미로 아빠가 억지가르침의 설교를 하지않을까하는 의심은 최대한 갖지않도록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번 아이의 시선을 빌려서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래도 아이들의 일상사를 소재로 쉽지않은 가르침을 자연스러우면서 정성과 노력을 들여서 만들어낸 우리나라 작가의 훌륭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