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우리의 운명이고,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몸속의 마지막 예비 장치마저 모두 고장 날 때까지 어떤 의학적 도움을 받느냐에 따라 그 과정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길이 될 수도 있고, 각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을 좀 더 오래 보존하며 사는 완만한 경사길이 될 수도 있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우리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 능숙하다. 대장암, 고혈압, 무릎 관절염 등 특정 질환에 걸린 환자가 찾아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고혈압과 무릎 관절염에 더해 각종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는, 이를테면 자신이 영위해 온 삶의 방식을 모두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만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많은 경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몇 년 전,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원들은 독립적으로 살고 있긴 하지만 만성적인 건강 문제, 최근 병력, 혹은 인지 능력의 변화로 인해 신체 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은 70세 이상 남녀 568명을 가려냈다. 연구 팀은 환자들의 승낙을 받아 무작위로 선택한 절반을 노인병 전문의와 간호사를 만나게 했다. 노후 건강 관리 기술과 지식을 완비한 전문가 팀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통상적인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도록 했다. 물론 이 의료진에게도 환자들이 고위험군이라는 정보가 전달됐다. 이후 18개월 동안 양쪽 그룹에서 모두 10% 정도가 사망했다. 그러나 노인병 전문 팀의 진료를 받은 그룹은 상대 그룹보다 장애를 일으킨 사람이 4분의 1 적었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절반이나 적었다. 그리고 집에 의료진의 왕진을 필요로 한 경우도 40% 나 적었다.

정말로 놀라운 결과다. 만일 과학자들이 생명을 연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요양원에 가거나 우울증에 걸려 비참하게 마지막을 보낼 확률을 줄이는 장치—자동 노쇠 방지 장치라고 부르자—를 개발한다면 모두들 그걸 사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의사가 갈비뼈를 열어 그 장치를 심장에 꽂아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75세 이상이면 누구나 그걸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 상상의 장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인병 전문 팀이다. 그들은 폐 조직 검사나 허리 수술을 한 것도 아니고, 자동 노쇠 방지 장치를 삽입한 것도 아니다. 그저 처방약들을 더 단순하게 조절하고, 관절염을 관리하기 위해 세심히 지켜봤으며, 반드시 발톱을 손질하게끔 하고, 매끼 식사를 잘 챙기도록 했다. 또한 환자에게 고립이 의심되는 징후는 없는지 살피고,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환자의 집이 안전한지 확인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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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성과에 대해 어떤 보상을 할까? 미네소타 대학 연구 팀을 이끈 노인병 전문의 채드 볼트의 경험을 보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전문화된 노인병 관리를 받을 경우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는지를 보여 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몇 달 후, 대학 당국이 노인병 클리닉의 문을 닫은 것이다. “우리 클리닉에서 내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대학의 입장이었어요.” ...20명이 넘는 미네소타 대학 노인병 전문 팀은 뛰어난 능력을 증명하고도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수십 개 의료 센터에서 노인병 전문 병동을 없애거나 규모를 감축했다. 볼트의 동료들은 이제 더 이상 노인병 전문 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다. 너무 많은 노인 환자들이 몰려들까 봐 두려워서다.“ 재정 상황이 너무 어려워졌어요.” 볼트가 말했다.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발췌 및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