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은 조심스럽게 서두르지 않고 손은 다소곳하게 놓는다.

눈은 곱게 뜨고 입은 굳게 다문다.

말소리는 조용하게 내고 머리는 꼿꼿이 세운다.

기운은 의젓함이 서려 있고 서 있을 때는 너그러움이 비친다.

표정은 위엄 있게 짓는다.

足容重 手容恭 目容端 口容止 聲容靜 頭容直 氣容肅 立容德 色容莊

족용중 수용공 목용단 구용지 성용정 두용직 기용숙 입용덕 색용장

― 『예기』

足 발 족 | 容 얼굴/모습 용 | 重 무거울 중 | 手 손 수 | 恭 공손할 공 | 目 눈 목 | 端 끝/바를 단 | 口 입 구 | 止 그칠 지 | 聲 소리 성 | 靜 고요할 정 | 頭 머리 두 | 直 곧을 직 | 肅 엄숙할 숙 | 立 설 립 | 色 빛 색 | 莊 씩씩할 장

 

소학 교육은 일종의 스타일 교육이었다. 소학을 배우고 났을 때 얻는 것은 기술이나 기능, 지능이 아니었다. 사람을 대하는 표준적인 행위나 손짓, 말씨, 표정 같은 것이었다. 앞의 글은 그런 선비 스타일의 한 사례를 보여 주는 구절이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태도나 몸가짐은 진지하고 엄격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스타일이 뒤떨어지더라도 스타일을 지켰을 때 보상이 따른다면 그 스타일은 매력이나 인기를 쉽게 잃지 않는다. 선비 스타일엔 그런 후광이 없었다. 이것이 선비 스타일이 인기 없는 이유일 것이다.

― 소학 예절 맛보기 ―

 

●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닭이 울거든 얼굴 씻고 이 닦고 옷을 입는다. 베개와 잠자리를 걷고 방과 마루, 마당을 쓸고 닦는다. 이어 자리를 펴고 각자 할 일을 한다.

●      사람으로서 자식 된 이는 …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고 깊은 곳에 들어가지 않는다. 상대방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남을 욕하거나 웃어 주지 않는다.

●      나이가 자신보다 갑절이 더 많으면 아버지처럼 대한다. 열 살 위라면 형처럼 대한다. 다섯 살 위라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살짝 뒤따라간다.

●      귀한 손님 앞에서는 개도 야단치지 않는다. 음식을 넘겨줄 때도 침이 튀지 않도록 한다.

●     어른이 주면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은 거절하지 말고 받아야 한다.

●     어른을 따라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음식을 거듭 내오더라도 거절하지 않는다. 손님과 함께할 때도 그리한다.

●    가벼운 짐은 혼자 지고 무거운 짐은 나누어 맡지만 머리가 희끗희끗 센 사람에게는 짐을 들리지 않는다.

      ● 남이 주는 환대를 끝까지 누리지 않고 남이 주는 성의를 다 받지 않는다. 그래야 사귐을 처음 그대로 흠 없이 유지할 수 있다.

●      오만함은 기르지 않고 욕심은 따르지 않는다. 뜻한 일을 모두 이루지 않고 즐거움을 끝까지 누리지 않는다.

●      귀를 기울여 엿듣거나 소리 지르며 대답하지 말아야 한다. 눈웃음치며 곁눈질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며 풀어져 있지 말아야 한다.

●      성에 오르며 여기저기 손가락질하거나 성 위에서 크게 소리치지 말아야 한다.

●     시선이 상대방 얼굴 위로 향해 있으면 건방져 보이고 허리띠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근심이 많아 보인다. 머리를 기울여 흘깃대면 간사하다.

●     만일 바람이 거세게 불고 천둥이 심하게 치고 비가 세차게 내리면 비록 밤이 깊을지라도 반드시 일어나 옷을 차려입고 앉아 있는다.

●    남과 나란히 앉아 있다면 팔을 옆으로 뻗지 말아야 한다. 물건을 줄 때 서 있는 이에게 무릎 꿇고 주지 말고 앉아 있는 이에게 서서 주지 말아야 한다.

●     관직에 있는 이는 무엇보다 갑자기 화내는 일을 조심해야 한다.

●    오늘 한 가지 일을 기억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기억하라. 이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저절로 세상 이치를 꿰뚫게 된다.

정춘수, 『논어를 읽기 전』

 

정춘수, 논어를읽기전, 자녀교육, 소학, 고전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