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를 함께 키우는 부부의 관계란

자녀가 있는 부부라도 부부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장애자녀를 둔 부모는 개인적인 시간이나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부는 단순히 부부 이상의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 있지만, 그만큼 더 서로에 대한 증오와 연민, 분노도 함께 자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 자녀를 돌보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것이니까요. 그들의 이야기, 잠깐 소개해드립니다.

 

우리 부부는 진정한 접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몇 주를 보냈다.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다투게 되는데 아마도 접점을 재확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워커의 존재, 장애아라는 오명을 드러내는 증거는 변하지 않는다. 워커가 세로로 꺾으며 노는 바람에 짓이겨진 창문 블라인드, 정글 식물처럼 자체 증식하는 것 같은 빨래무더기, 주방 서랍에 든 워커의 칫솔, 찬장에 보관된 산더미 같은 물약, 로션, 연고, 약병 들. 그 모든 것들이, 이런 혼란이 매순간 우리를 괴롭혔다. 저 남자는(저 여자는) 빌어먹을 우유를 치우는 게 그렇게도 힘든가?

문제는 워커가 아니라 우리였을 것이다.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가족들—웹사이트를 통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가족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중에는 잘 대처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았다.우리도 한때는 멋진 가족이었다. 워커가 태어나기 전에는. 나는 그 시절이 그리웠다.

 

나는 아내가 신문 읽는 시간을 질투하지만 아내의 다른 모든 것들은 사랑한다. 아내가 수없이 느끼는 공포, 장애 아들을 사랑하려 애쓰는 것을 용서한다. 저 안타까운 자기혐오를 통해 나는 언제든 아내를 도우려 기꺼이 손을 내민다. 그런 방식으로 워커는 우리를 더 너그럽게 만들기도 했다. “괜찮아. 내가 의사한테 데려갈게.”라는 말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줄 수 있는지 아마 짐작도 못할 것이다.

 

그 순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아내가 한없는 의무감이란 고치에서, 장애 아이를 키우는 끝없는 부담에서 잠시 벗어난 모습을 그때 처음으로 보았다.

아내는 한 남자와 함께 있다. 상대는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중 한 사람이다. 아내가 큰 소리로 웃는다. 나와 함께 있을 때 언제 아내가 그렇게 크게 웃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친밀하게 보인다. 그들의 어깨가 닿았고, 똑같이 토닉을 섞은 보드카를 손에 들고 있다. 남자는 본래부터 아내를 몹시 좋아했다. 워낙 유난해서 내 아내를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직접 물어본 적도 있었다(그 때 나는 술에 취했었다).

“맞아.”그가 말했다.

“사랑해.”

“문제가 될 방식으로?”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럼 됐어. 지금 한 말은 잊어버려.”

이게 그런 일이다. 나는 정말로 마음에 두지 않는다. 나 자신의 망가질 대로 망가진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내의 프라이버시를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아내가 그 순간 느끼는 우정과 자유를, 추파에 가깝다 해도 그런 다정한 친밀감을 내가 어떻게 시기할 수 있단 말인가? 한숨 돌리기 위해 매순간 협상해야 하는 사람이 아닌, 새롭고 신선한 상대에게 솔직하게 관심 어린 시선을 쏟는 것을 내가 어떻게 시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언 브라운, 『달나라 소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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