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2013년 경제 전망 역시 밝지 않다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비관적인 전망 속에도 ‘경제는 성장한다 혹은 성장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경제는 성장한다는 전제가 없다면 새삼 경기가 어려워서 걱정이라는 말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으니 이런 저런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리처드 하인버그는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 성장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서 최근 150년 간의 성장이 예외였을 뿐이라고 단언합니다. 물론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한 통념, 즉 2008년에 시작된 금융 위기의 원인이 부동산 부실 대출이며 꼬인 매듭을 풀기만 하면 국가 경제가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통념 또한 터무니없는 착각이라는 것이죠.

리처드 하인버그가 ‘성장의 종말’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일부 소개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실은 예외였다!

 

우리는 성장에 익숙해진 탓에 성장이 실은 매우 최근의 현상이라는 것을 간과한다.

지난 이천 년 동안 제국은 떠오르고 몰락했으며 지역 경제는 번영하고 후퇴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세계 경제 활동은 느리게 팽창했으며 주기적으로 위축을 겪었다. 하지만 150년 전 화석연료 혁명이 일어나면서 경제 성장이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에너지를 쓰는 자동차, 트럭, 고속도로, 공항, 비행기, 전력 체계는 모두 현대 산업 사회의 필수 요소다.

우리는 영원히 성장하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수억 년에 걸쳐 화학적으로 저장된 햇빛을 뽑아내어 태워 버리는 것에 불과했다. 섬광이 번쩍하는 순간의 섬망일 뿐,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은 실은 예외였다. 예외가 정상으로 둔갑한 것이다.

 

 

 

 

 

# 성장이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

 

금융 전문가들이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금융 시스템 ‘외부’에 있는 요인이다. 이들 요인에 따르면 재래식 경제 성장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은 일시적 상황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영구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다음의 세 가지다.

 

●화석연료와 광물을 비롯한 주요 자원의 ‘고갈’

석유를 비롯한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석유 정점, 식량 정점, 물 정점 등을 비롯하여 바야흐로 지구는 만물의 정점을 맞고 있다. 정점에 도달한 뒤에는 고갈될 일만 남았다.

●자원의 채굴과 이용─이를테면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으로 인한 ‘부정적 환경 영향’의 확산

환경이 파괴되고 이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비용이 수익보다 커지는 순간, 끝없는 추락이 시작된다.

●자원 고갈과 치솟는 환경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20년 동안 쌓인 막대한 정부·민간 부채가 도를 넘어 발생하는 기존의 통화·금융·투자 시스템 붕괴

금융계를 지탱한 것은 거품이었다. 거품이 꺼지면 또 다른 거품으로 돌려 막았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여느 거품과 마찬가지로 이들 거품도 결국 터질 것임을 알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자들은 거품에 뛰어들어 큰 몫을 챙긴 다음 거품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채무 기반 화폐는 성장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이 세 가지 요인이 서로의 효과를 증폭하며 성장의 종말을 앞당긴다.

 

환경적·경제적 재앙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며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들의 상관관계가 명백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이유로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다.

 

●기후변화 때문에 국지적 가뭄, 홍수, 심지어 기근이 일어난다.

●에너지, 물, 광물이 부족해진다.

●은행 도산, 회사 부도, 주택 압류가 속출한다.

 

각 사건은 특수한 사건으로, 즉 이것만 해결하면 ‘정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건으로 간주될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이들 사건은 모두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인구 증가로 일인당 자원 소비량은 늘고 있는데 정작 유한하고 연약한 지구상의 자원(이를테면 재생 불가능하고 기후를 변화시키는 화석연료)은 한정되어 있어서 일어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 리처드 하인버그, 『제로 성장 시대가 온다 : 성장의 종말과 세계 경제의 미래』 중 발췌 재구성

 

 

 

문학·책, 제로성장시대가온다, 리처드하인버그, 노승영, 녹색경제학, 생태경제학, 경제전망, 미래경제, 미래예측, 평형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