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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가장 획기적이고 가장 확실한 절세법!

[마케터의 책읽기] : 『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

나는 연말정산에 관한 한 빠꼼이다! 이제는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로 인해 훨씬 편해졌지만 연말정산에 필요한 서류가 무엇인지 눈 감고도 알고 소득공제를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다. 경비 처리로 공제받을 수 있는 건 절대 빼놓지 않는다.(몇 년 전 이사비용도 소득 공제를 받았다. 그게 소득 공제가 되는 줄 담당자도 몰랐는데) 급여가 곧 소득인 월급쟁이가 할 수 있는 절세법인 셈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안 냈으면 좋겠다거나, 세율은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금의 사전적인 정의는 이렇다. ‘국가나 지방 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돈’, 국가나 지방 단체가 내 돈을 빼앗아 가는 것 같지만 내가 쓰는 거라는 것도 안다.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도, 지금도 쓰고 있는 전기도, 부족한 줄 모르고 써대는 수돗물도 ‘세금’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가격은 유지하지 못한다. 돈 안 내고 들어가는 동네 공원도 누군가가 낸 ‘세금’으로 지었다. 사회의 일원으로 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만 내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그러면 세금도 더 내게 될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게 조세의 기본 원칙이고 소득 구간에 따라 세율은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니까.

그런 줄 알았다. 니컬러스 섁슨의 『보물섬 :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를 읽기 전에는.

뭐 이런 엉터리 짬뽕 같은 일이 있어?

그런데 아니더라.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부자와 기업이 당당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Tax Havens, 현대판 보물섬이라 불리는 조세 피난처를 통해서. 워런 버핏이 버핏세(일명 부자세)를 제안했을 때도 아, 멋있는 양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구먼, 이라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정말 심각했던 거다. 1퍼센트도 안 되는 슈퍼리치를 포함한 기업들의 행태가.

그들은 당연히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기막힌 방법을 써서 안 내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하늘에서 물건을 만들고 공중부양해서 살고 있지 않는 한,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가 낸 세금으로 만든 사회간접자본을 사용한다. 그런데 세금은 내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난한 우리들이 아주 극소수 부자들의 부를 늘이는 데 우리 돈을 쓰고 있다. 단지 그들이 ‘절세’하고 ‘세금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이 내야 할 세금까지 내고 있다는 거다. 바로 이렇게.

1950년대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전체 소득세의 약 5분의 2를 부담했으나, 현재 이 수치는 5분의 1로 떨어졌다. 최상위 0.1퍼센트에 속하는 미국 납세자들은 치솟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유효 세율이 1960년 60퍼센트에서 2007년 33퍼센트로 떨어졌다. 최상위 0.1퍼센트가 1960년 세율로 납세했다면, 연방정부는 2007년 2810억 달러 이상의 세금을 더 거둬들였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세수 총량은 감소하지 않았다. 대신 그동안 부자들은 점점 세금을 적게 내 왔고 부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 부담을 떠맡아야 했다.

아직도 감이 잘 안 온다면 이건 어떤가.

만약 우리가 동네 슈퍼마켓에서 계산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데,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우선 처리’ 계산대를 쌩하고 통과하고 있는 것을 지켜본다고 가정해 보자. 게다가 그 사람들의 구매 행위를 보조하기 위해 우리가 계산할 영수증엔 ‘초과 비용’이라는 추가 항목이 존재한다고 하자. 슈퍼마켓 관리자가 말한다. “미안, 그런데 우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너희가 저 사람들의 구매액 절반어치를 대신 내 주지 않으면 저들은 다른 데 가서 쇼핑할 거야. 자, 계산해, 얼른!”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아프다고 꾀를 피워 ‘열외자’가 많다. 그럼 꾀를 피우지 않는 남은 사람들이 그 일을 나눠야 하고 결국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국가나 사회가 필요한 비용은 일정 규모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꼼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프로젝트지만)로 돈을 내지 않는 ‘열외자’가 많다. 그럼 남은 사람들이 더 내거나 망가지거나.(그런데 열외자는 안 그래도 돈 많으니 상관없지.)

좀 더 크게 보면 이렇다.

(역외 세계) 생태계 내부에서 각각의 피난처들은 타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한 피난처가 핫 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해 세금 또는 금융 규제 수준을 낮추거나 새로운 유형의 비밀주의적 편의를 고안해 내면, 다른 피난처들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와 동일한 조치를 취한다. 한편, 금융 종자들은 역외 금융업을 보유한 미국과 다른 경제 대국의 정치인들을 협박한다. “과세나 규제를 지나칠 정도로 하지 말라. 그게 안 되면 차라리 역외로 나가겠다.” 그러면 역내 정치인들은 위축되어 자국의 법과 규정 들을 느슨하게 풀어 준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역내 체제는 점차적으로 역외적 특성들을 자체적으로 수용하게 됐으며, 대규모 경제권에서는 조세 부담이 이동성 강한 자본과 대기업에서 보통 사람들의 어깨로 전가되고 있는 중이다.

조세 피난처는 분명 ‘반가운 도피처’일 거다.

다만 나와 당신, 그리고 나의 가족과 친구는 이곳에 입성할 수 없다. 해당 사항 없음!

조세 피난처는 ‘재력과 권력을 보유한 지배 엘리트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사회로부터 혜택을 편취할 수 있게 하는 사업 무대’이니까.

찾았다! 가장 획기적이고 가장 확실한 절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