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현실은 그렇습니다만, 스무살 이전의 사람들은, 인생 절반 이상을 '학생'으로 산다는 것을 감안할 때(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이 의무교육이니까요) 그냥 그렇지 뭐, 라고 넘길 문제는 아닌 듯 싶습니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지과학자이자 버지니아대학교 교수인 대니얼 윌링햄이 오랫동안 계속해 온 뇌와 학습, 기억에 관한 연구를 교육 현장에 연결한 소중한 성과물입니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반복은 유용한 학습 방법인가? 학생들이 과학자나 수학자, 역사가처럼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에서 학생별 맞춤 수업이 가능한가? 등 교사와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한 오랜 숙제같은 묵은 질문들 -  ‘학생과 수업, 그리고 성적’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기도 합니다. 

대니얼 윌링햄은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에서 풍부한 교육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실제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교수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헤쳐서, 뇌에 관한 지식을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수업 기술을 개발하려는 모든 선생님들과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학부모에게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도 담고 있습니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에서 가려 뽑은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묵은 질문에 대한 답을 맛보기로  보여드립니다. <편집자 주>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먼저 간단한 문제 한두 개를 낼께요. 잠깐만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세요.

문제 1.

잠시 술집 경비원이 되어 보자. 카드는 단골손님의 것이다. 한 면에는 나이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음료가 적혀 있다. 여기서 적용되는 규칙은 이렇다. “맥주를 마시려면 스물한 살이 넘어야 한다.” 이 규칙이 네 사람에게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단, 카드를 최대한 적게 뒤집어야 한다.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할까?

답을 보시려면 여길 긁어보세요. Beer 카드와 17 카드

 

문제 2.


카드마다 앞면에는 글자가 찍혀 있고 뒷면에는 숫자가 찍혀 있다. 규칙이 하나 있다. ‘한 면이 모음이면 뒷면에 짝수가 나와야 한다.’ 네 장의 카드에 이 규칙이 적용되는지 확인하라. 단, 카드를 최대한 적게 뒤집어야 한다.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할까? 

답을 보시려면 여길 긁어보세요. A 카드와 3 카드


답을 풀었나요? 문제 1은 쉽게 풀었는데 문제 2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죠? 실제로 대학생들도 15~20퍼센트만 풀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 1과 문제 2는 같은 유형의 문제라고 하네요. 좀 놀랍지요? 왜 문제 1은 쉽고 문제 2는 어렵게 느껴질까요? 그것은 바로 뇌가 사고하는 방식과 배경지식(사실적 지식)의 관계 때문이랍니다. 지식 즉 배경지식이 있으면 암기도 더 잘 할 수 있는 거죠.

간단한 실험 한 가지 더 해볼까요?

아래 글자를 한 번씩 읽은 후 눈을 모니터에서 떼세요. 그리고 몇 개나 기억하고 있는지 한 번 써보세요.

XCN
NPH
DFB
ICI
A

자, 결과는 어떤가요? 나의 순간 기억력이 이 정도란 말인가? 싶으시죠?

그럼 이번에는 이 글자를 한 번 읽은 후 눈을 모니터에서 떼세요. 그리고 몇 개나 기억하고 있는지 한 번 써보세요.

X
CNN
PHD
FBI
CIA

이번에는 분명 더 많이 기억하셨죠?
왜 그럴까요?
첫 번째 문자열보다 두 번째 문자열은 평소에 자주 보던 혹은 익숙한 머리글자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자열은 사실은 같은 목록입니다. 두 번째 목록에서는 줄바꿈을 달리해서 알아보기 쉬운 머리글자 조합을 만든 것이지요.

우리 뇌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용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목록에서는 모든 글자를 저장하지 못하고 두 번째 목록은 저장이 가능합니다. 왜 그럴까요? 작업기억 용량은 글자 수가 아니라 의미 있는 대상의 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지과학 지식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은 지루하지 않고 선생님들도 즐거운 수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학부모들도 알아두면 좋은 지식이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1.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배경지식 없이 사고 기술만 연습한다고 해서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 과제를 제시할 때 그들이 적절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2. 조금 아는 것이 전혀 모르는 것보다 낫다
사실적 지식이 진가를 발휘하려면 깊이 있는 지식이어야 한다. 의미 덩이로 묶을 수 있을 만큼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얕은 지식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많이 알수록 좋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 해박할 수는 없으므로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전혀 모르는 것보다 낫다.

3. 책을 읽히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
책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한 사실과 어휘를 제공한다. 믿을 만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책을 읽는 활동을 통해 평생 동안 인지적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독서라고 해서 아무 책이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어떤 책이든 집어 들기만 해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단 한 고비 넘기면 독서 수준에 알맞은 책을 권해야 한다. 자신의 독서 수준보다 몇 단계 아래인 책을 읽으면 충분히 배울 수 없다. 

4. 지식은 우연히 습득하기도 한다
사실적 지식은 우연히 학습되기도 한다. 여가 시간에 책이나 잡지를 읽고 다큐멘터리와 뉴스를 보면서 많은 지식을 얻는다. 또 친구와 대화하면서도 그렇다.
교사나 학부모는 학생들이 모르는 내용을 많이 알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의 풍부한 지식을 끼워 넣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5. 일찍 시작하라
학교에 입학할 때 또래에 비해 지식이 부족한 학생은 적절한 개입이 없으면 더 뒤처지기 마련이다. 부모가 어떤 어휘를 사용하는가? 부모가 아이에게 물어봐 주고 대답을 들어 주는가?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이나 수족관에 다니는가? 아이에게 책을 사 주는가? 아이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는가? 이런 모든 행동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온 첫날 이미 머릿속에 담고 있는 지식을 결정한다. 

6. 의미 있는 지식을 가르쳐라
지식은 그것이 개념을 담고 있고 다른 사실과 서로 관련을 맺을 때 의미 있는 것이지 단순히 사실만 나열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실만 나열하면 학생들은 괴로워하면서 학교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신 나는 곳이 아니라 지루하고 따분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제2장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에서 정리, 인용, 발췌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학교 수업이 즐거워지는 9가지 인지과학 처방
교사와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한 ‘학생과 수업, 그리고 성적’에 대한 9문 9답!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시험에 꼭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반복은 유용한 학습 방법인가? 학생들이 과학자나 수학자, 역사가처럼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에서 학생별 맞춤 수업이 가능한가?” 등등에 대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지과학자 대니얼 윌링햄이 풍부한 교육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할 뿐 아니라 실제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에 적용할 수 있는 교수법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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