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재구성한 팩션이 인기다.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는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바람의 화원" 또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화한 글이다.

이러한 역사적 팩션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소가 필요한 것같다.

그 중 특히 역사적 사실인 사건과 작가가 이끌어 내는 소설의 내용이 그럴 듯하고,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역사적 근거를 들 수 있어야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팩션들은 마치 "사실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이 "왕의 밀사"는 내가 최근에 읽은 "바람의 화원"만큼이나 치밀하고 재미있으며 사실을 방불케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역대 조선 왕인 "효종" 시대를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효종은 인조시대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기 위해 청을 공격하자는 계획인 "북벌정책"을 계획한 왕이다.

이 소설에서는 효종이 자신의 북벌정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일본이라는 것을 주제로 글을 이끌어 가고 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과 일본은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일본은 임진왜란을 반성하면서 우호 관계를 회복하고 권력을 잡은 막부의 정치적 권위를 세우기 위해 조선에 통신사를 보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보낸 조선의 외교 사절단을 '조선 통신사'라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인 "조선 통신사"의 존재가 일본에 도착하던 그 날,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어느 부분이 역사적인 사실이고, 어떤 부분이 허구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효종의 북벌정책, 조선 통신사를 비롯해 당시 일본의 정황을 바탕으로 한 정한론, 또 조선통신사 파견 중단 배경이 된 일본 내부의 갈등등은 모두 역사적 사실이다.

작가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살인 사건을 개입시켜 마치 우리에게 정말 그것으로 인해 이런 역사적인 사건이 형성된 것만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또 마쓰오 바쇼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실존하는 인물과 허구적 인물이 뒤섞여 한층 글의 현실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내가 역사적 사실이 좀 부족 해서인지 잘 구분은 할 수 없었지만, 소개 글을 우연히 접하고 사실과 허구의 인물들의 조화가 놀라울 정도 였다.

일본 막부의 내부분열과 권력 다툼에 조선통신사가 휘말리며 조선의 운명이 위태로워 지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려하는 고군분투를 그린 왕의밀사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소설이다.

또 무더위로 잠 못드는 이 여름밤에 딱 알맞은 그런 소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