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에 관련한 이야기를 소설로 담은 소설 <동주>를 봤습니다.

책에 대한 평을 좀 하고 제 개인적은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동주>라는 이 소설 장점도 명확하고 단점도 명확한 그런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점을 말해보면 캐릭터와 구성이 신선한 정도까지 아니지만 잘 짜여진 편입니다.

가장 좋은 부분은 순간순간 문학적인 번뜩이는 부분입니다.

윤동주 시인에 대한 시적 표현이나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세밀하게 담았습니다.

몇몇 부분을 소개해보면

 

동주와 내가 다른 점이 그거였다. 나는 고향을 버렸고, 동주는 잃었다.

버린 사람은 교만하고 버릇없고 사나워졌다.

잃은 사람은 망설이고 머뭇거리고 부끄러워했다.

- p 95 <사의의 말> 중에서 -

 

사모하지 않고는 같아질 수 없어요. 같아진다는 건 사모한다는 뜻,

- p 190 <기억하는 말> 중에서 -

 

김용식은 그날처럼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언젠가 명준과 함께 맘속으로 외웠던 구절을 동주는 되새겼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외로운 주검이 누워 있는 딱딱한 돌무더기 위로,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스물한 살 두 동갑내기의 머리 위로,

무심한 것들이 맑고 밝게 빛났다.

별이 바람에 스치었다.

- 381 <허공중에 떠도는 말> -

 

위 구절 읽고 <서시>와 <길>을 읽어보시면 구절의 의미가 좀 더 다시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는 의지에 비해서

스토리가 그 의지를 못 따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후반에 의지와 스토리 차이에서 오는 간극 때문에 아쉬움 속에서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편한 말투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윤동주 시인의 <길>이 생각났다.

잃은 것과 잊은 것 속에서 방황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에 ...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세상은 무언가 잃은 것을 잊은채 살아가고 있다.
시대는 언제나 잃은 것을 잊기위해 나아가고 있다.
나는 항상 잃은 것조차 잊고 살아간다.
길을 잃었다. 세상도 시대도 나도

 

ps : 새해라서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그런지 길에 관한 시 하나가 더 생각나서 공유해봅니다.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