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실력이 사회 실력이다

 

  우여곡절 끝에 법대에 진학하여 공부하면서 고생을 한 하나의 원인이 한자로 구성된 법률용어였다. 고등학교 과정까지 충분히 한자 공부를 했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쉬운 우리말로 쓸 수 있는 것도 대부분 어려운 한자 용어로 포장되어 있었다(예로 법률관계나 물건의 문제나 결함 등을 ‘흠’이라고 하면 되는데 ‘하자(瑕疵)’라고 함).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이 凡人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용어를 너무나 어렵게 구성하여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그들의 말이나 의견에 권위를 구사하려는 것을 보면 가소롭지만 초보자(학생들)나 당하는 입장에선 힘들다. 어째든 현실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한자로 이루어진 전문 용어를 익혀야 공부를 잘 할 수 있고, 논리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의 어려움을 어여삐 여겨 한글을 창제하셨다지만 수천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한자 문화를 쉽게 벗어날 수 없고, 당분간의 세상에서도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우리말의 중요 전문 용어가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현실론에 근거하여 초중등 사회 교과서 학습용어의 어원부터 익히고 그와 관련된 교과 상식을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서 재미있는 만화와 교과서 속 예시 등이 수록되었기 때문에 교과서의 핵심 개념을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끔 제작된 것 같다. ‘명정언순(名正言順)’이란 말과 같이 용어의 명칭과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그 사물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이 책의 의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사회’는 초중등 교과서의 ‘사회과목’을 의미한다. 이 책을 통해서 사회과목에서 나오는 용어의 명칭과 개념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책의 편집이 단순 나열에 그치고 있어서 만화나 예시가 다소 있더라도, 초중고생들이 읽기에 지루하고 상당한 인내심을 요할 것 같다. 따라서 먼저 관심 가는 용어부터 발취해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한자는 표의문자라는 의미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 글자 하나의 구성 요소(214개 부수) 별로 의미를 풀어서 해석하여 전체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가끔씩 예시를 주면 좀 더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