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은 장 자크 루소의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다. 아이가 없을 때 읽은 에밀과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서 읽은 루소는 그 감동의 크기가 너무나 다르다. 한동안 아이 교육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들은 듯한 내용들이다 싶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까 대부분 에밀 속에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현대에 새롭게 출간되는 아동 교육서적 대부분은 에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아류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이 책에는 가상의 인물이 두 명 나온다. 루소의 제자로 설정되어 루소의 교육이론에 따라서 자연인으로 성장하는 에밀과 후에 에밀의 가상의 아내가 되는 소피이다. 책의 구성도 에밀이 자라나는 과정을 따라 1부는 출생부터 5세까지, 2부는 5세부터 12세까지의 유년기, 3부는 12세부터 15세까지의 소년기, 4부는 15세부터 20세까지의 청소년기, 5부는 결혼기이다.

우는 아이에게 반응하는 법, 말 배울 때 주의할 점, 고통의 가치와 고통에 대처하는 법, 체력을 사용하는 지혜, 아이의 적절하지 않은 요구를 거절하는 법, 행복과 불행의 가치를 분별하는 법, 교훈을 줄 때 명심할 점과 유의점, 배우자를 선택하는 법, 영혼의 힘을 단련하는 법....등등 각 성장 단계별로 여러 가지 교육과 관련된 준칙을 제시하고 아이을 바르게 키우기 위한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들도 제시한다.

인간은 자연교육과 인간교육과 사물교육을 통해 힘과 도움과 판단력을 얻을 수 있고 교육의 목표는 자연의 목적으로 일치시켜야 하는데,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자연 교육에 나머지 교육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교육에 있어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는 상호 의존 관계를 이루고 있어야 하며 모든 것은 늦을수록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있다. 즉 학습자가 학습에 욕구를 스스로 느끼도록 해야 하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학문보다는 학문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르치는 일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서서 어릴 때부터 육체가 튼튼하도록 유지하는 활동도 교육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자연은 아무 방해를 받지 않고 인간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성향으로 어린이는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의 길에 순응하는 교육을 통하여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시련을 거치면서 어린이는 삶의 뿌리가 튼튼해진다.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이지를 사용하며 감각 자체에 의해 확인하며 학문을 터득하는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루소에 따르면 이 방법이야말로 올바로 판단하는 방법에 이르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제 2의 탄생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이 두 번 태어나는데 한번은 존재하기 위해 또 한번은 생활하기 위해서 태어난다고 한 부분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인간 자체에 대해 연구해 지식을 얻는 시기가 오는데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이 시작되는 시기로 제 2의 탄생인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제자의 수준이 교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그들의 수준까지 내려가 그들이 빠져 들 위험에 대하여 미리 여러 번 경고해주고 그 위험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여러 번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청년기 역시 학설이나 추론에 의지하지 말고 경험으로 교훈을 가르치며 동정이나 선행 등의 관념이 인류 전체로 확대될 수 있도록 가르치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은 교육이 필요 없다. 가난이 교육을 강요하기 때문이다...30쪽" 이 문장은 '찰리와 초콜릿공장'을 읽을 때도 실감했던 부분이다. 가난으로  굶주림이 일상화된 등장인물이 자신의 몸 속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학교에 갈 때도 아주 천천히 걸어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장면을 읽을 때 에밀의 저 문구가 떠올랐었다.

 

이 책에는 마음에 새길 문구들이 유난히 많이 들어있다.

 

"아이에게 꼭 길러 주어야 할 유일한 습관은 어떠한 습관에도 물들지 않는 습관이다. 신체에 자연적인 습관을 지니게 함으로써 언제나 자기를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어 의지를 굳히고 무엇이든 자기의 의지로 관철할 수 있도록 하여 일찍부터 앞으로 다가올 자유경쟁 시기에 대비해서 힘을 사용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39쪽"

부모를 비롯하여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무지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오류가 해롭다는 사실과, 사람이 길을 잃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고 있다고 착각한 데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마라..137쪽"

"즐거움이란 가지고 싶을 때 가질 수 있으며 행복하게 보이는 것보다 행복해지는 것이 더 용이해서 행복에는 부가 필요치 않다. 자유롭고 자신을 지배할 수 있고 건강하며 필요한 만큼의 생필품만 있다면 누구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호라티우스의 황금의 중용이다...265쪽"

우리 속담에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고 또 일체유심조와 중용의 도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는 삶의 철학인데..사람 사는 모양새는 달라도 동서양의 지혜가 일맥상통한다니 신기한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감동이 있는 동화나 이야기를 들어도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 여기 에밀에 그 답이 있다.

사람 마음 속에 자리잡은 허영심은 나에게 그러한 불행이나 고통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동정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아이를 교육할 때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도록 돕고 편견의 속박을 벗어나 자유의지를 갖고 살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이런 허영심도 없애주기 위해 특별히 신경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울 부모나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새로 출간되는 책을 읽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하며 에밀을 정독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