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호랑이가 달린다"는 우리나라 호랑이 문화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주는 책이다.

크게 세 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무시무시한 호랑이'에서는 호랑이의 야생성과 호랑이를 무서워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통한 호랑이'에서는 산신령이 되어 사람을 지켜주는 호랑이 문화와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응용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보이는 호랑이 조각을 시작으로 호랑이 그림, 호랑이 사냥 그림, 고분벽화에 보이는 백호의 그림, 신라 성덕왕릉 주변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의 호랑이 조각, 벽사 기능을 하는 호랑이, 노리개와 모자, 흉배와 집안 가구에 사용되는 호랑이 디자인, 민화에 이르기까지 호랑이와 관련된 우리나라 문화가 전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호랑이가 들어간 표현들이 나온다. 범부채, 범의귀, 호랑가시나무, 호랑이눈썹, 호미곶, 범섬 등 동식물이나 물건에 호랑이와 관련된 명칭이 사용된 예가 있어서 상식도 키울 수 있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던 옛날 이야기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이야기는 호랑이문화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나쁜 행동을 하면 호랑이가 물어갈 놈이라고 욕하던 기억이 난다. 호랑이가 사람 사는 곳까지 빈번히 내려오던 시절의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이 세월이 흘러 욕으로 남아 있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이야기의 주요 소재인 맹수 살처분 사건이 이 책에서는' 해수구제사업'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도 일제의 대대적인 호랑이 소탕작전이 계속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사라지는 출발점이 되었던 가슴아픈 역사적 사건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김향금 작가의 시선도 재미있다. 호랑이와 사자, 누가 더 셀까?라는 글에서는 굳이 힘 겨루기를 시켜 판가름을 내지 말고 동양 동물의 왕은 호랑이, 서양 동물의 왕은 사자로 두자고 한다. 그리고 호랑이 눈썹부터 코, 눈알, 발톱, 수염, 기름 등 호랑이의 각 부위가 약재로 쓰였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듯하다.

이 책에 보면 호랑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문화가 많이 소개되는데, 특히 창귀 이야기 부분을 보면 초등학생들이 흥미있어 할 것이다. '사다리 놓기'라고 하는 방법은 아는 사람을 불러내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하면 창귀는 호랑이의 종노릇에서 풀려난다는 것이다. 행운의 편지라고 해서 편지를 받은 즉시 다른 사람에게 몇 통의 편지를 써 전달하지 않으면 자기에게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요상한 학교 문화도 호랑이 귀신 창귀 문화에서 비롯된 듯하다.

호랑이 광대뼈(이올)와 턱(죽혼)과 겨드랑이(굴각)에 붙어 산다는 창귀 그림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