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상상력 학교"는 여러 가지 그림들을 통하여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책이다. 사물을 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 오감을 자극하는 그림들, 기존에 늘 보던 그림이 아닌 전혀 색다른 그림들로 채워져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생각 나비야 훨훨'이란 코너가 있어서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거리에 스스로 글을 써 채우게 되어 있다.

책 안에는 1마리 강아지를 보는 20명의 눈길을 담은 '교통상황', 새들에게도 설교를 하는 성인 그림으로 시작해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그려진 그림들이 나온다. 대변과 소변을 소재로 한 '돌고 돎'이나 '똥 냄새', '샘' 등의 작품도 생각거리가 가득하다. '줄에 매인 개의 움직임'에는 개의 몸 일부와 줄의 흔들림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크게 첨벙'은 한순간을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두 작품을 함께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과일 바구니'의 경우 보통 화가들은 싱싱한 과일을 그리는데 비하여 상한 사과와 시들고 벌레 먹은 마른 잎들을 그렸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그림자 그림도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보여 준다.

그림 속에 깜짝 등장하는 화가도 소개되고 있는데, '아르놀피니의 결혼'에서는 거울 속 비친 그림에 화가의 모습이 등장하고, '최후의 심판'에서 화가는 성인 바르톨로메오가 들고 있는 살가죽의 얼굴로 등장한다. '물'이란 초상화는 물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을 이용해서 얼굴과 몸을 그렸고, '고양이 귀신'이란 그림에는 10마리 고양이를 이용해 큰 고양이 한 마리를 그려서 마치 숨은그림 찾기 하듯 그림을 꼼꼼히 보게 한다.

더럽다고 여기는 것,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것, 너무 흔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변두리 집들과 거기에 널린 빨래마저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화가들... 작가의 말처럼 상상은 우리의 경험 어딘가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 주는 정말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