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4학년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졸업을 앞에 두고 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설레었고 졸업 후 멋진 인생을 위해 열심히 하자는 의지로 넘쳤다. 그런데 한 학기, 두 학기를 넘기면서 그런 생동감은 어느덧 옅어지고 구체적인 목표나 미래에 대한 설계없이 시간을 보내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계획없이 시간되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생활했고 기껏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워도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다. 더 큰 문제는 막연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구체적이진 않았고 그 꿈이 정말 내가 가야할 길인가 하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지금도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더군다나 경제가 어려워 취업이 힘들고 높은 학력을 가지고도 백수로 지내는 청년들이 많다는 지금의 현실에 아무 비전도 계획도 없이 다가오는 졸업이 두렵기만 하다. 해서 "비전을 주세요"는 언제나 내 기도 제목 중 하나였다. 아니, 사실 어쩌면 난 이미 오래 전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하시고자 하는 일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서, 혹은 너무 두려워서 애써 외면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다른 일을 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더이상 이대로는 난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 할 것이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나는 "내 인생을 바꾼 비전스토리"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인생을 바꿀 정도의 비전스토리라니 어떤 내용이 그 안에 담겨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들었다. 내게도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이 책은 이런 내게 정말 좋은 해답을 안겨다 주었다. 그 첫 번째는 내가 원하는 100가지를 적는 것이었다. 나는 20분이라는 시간은 넘겼지만 100가지 항목을 다 채웠다. 사실 예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께서 자신의 기도제목 50가지를 적어보라고 해 그대로 한 적이 있어 좀더 수월했던 것 같다. 100가지를 적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100가지 중에서도 가장 원하는 것들을 짚어보며 내 비전을 찾기 위한 실마리를 어느 정도 잡아낼 수 있었다.

 

두 번째 해답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비전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전을 향해 나아가다보면 새로운 단계의 비전이 생긴다는 말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그래서 우선 나는 지금 내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독일어 그리고 영어를 엄마가 늘 말씀하시던대로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이후에 또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그건 우선 이 두 언어를 정복한 후의 일로 미루어두었다. 영어도 독일어도 잘 못 하면서 다른 외국어에 도전해봤자 소용없기 때문. 이것을 비전으로 나아가다보면

그리고 영어와 독일어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결단, 실천항목을 신중하게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강한 의지가 필요함은 물론 실천가능한 것들로 정해야겠다. 그리고 중간에 그만두거나 하지 않고 꾸준히 해갈 수 있도록 그날 그날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야겠다.

 

세 번째 해답은 '상처'가 핵심역량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살면서 겪은 상처들을 적어내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써 지우고 저 멀리 감추어둔 상처들을 끄집어 내니 예전에 느꼈던 그 만큼의 아픔이 전혀 사그라들지 않은 채 머물러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선명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 하는, 아니 감히 그런 일을 겪었을거라 예상할 수도 없는 일들을 많이 겪어왔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들었던 사람들도 있고 그 중에는 엄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엄마는 그런 일들을 통해 더 믿음의 사람으로 다져졌고 그런 엄마는 언제나 내가 힘든 일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늘 기도로 그리고 말씀으로 도와주셨다.

그래서 나는 안다. 내 상처가 비록 그 당시에도 무척 아팠으며 지금도 무척 아프게 다가오긴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은 내게 있어서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나를 더 잘 다듬으시기 위해 주셨으며 이런 상처들이 있어 나는 나처럼 힘든 일을 겪었던 자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끔 훈련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감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처들이 핵심역량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정말 내 상처들을 적으면서 핵심역량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의문 속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을 읽게 되었다. 비전이란 상처 가진자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아아, 그래서 상처가 핵심역량이라고 한 것이었구나. 정말 그렇다. 배고픈 자만이 배고픈 자의 심정을 알 수 있고 또 그들을 가장 잘 돕는 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상처를 그저 묻어두지 말고 늘 기억하면서, 나처럼 힘들었던 자들을 돌아보고 내 비전을 세워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독일어와 영어를 정복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기에 내가 가진 상처들과 연관된 비전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비전을 세워 나아가다보면 새로운 단계의 비전이 생긴다고 하니 급히 마음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통해 비전을 새로이 새웠으니 여기서 말한 대로 비전계획서를 세워보기로 했다. 그리고 비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에만 전념하고 필요없는 것들은 비록 힘들더라도 잘라내도록 해야겠다.

 

사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 책의 내용은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 힘이 되지 못 한다는 걸 지금 이 순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깊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원하는 것 100가지 적기와 내 상처를 적어보기 같은 과정에서 내가 살아온 삶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깨닫게 하시고 작게나마 목표를 세우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지금 세운 내 결심이 중간에 흐트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기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