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촌 기행'은 2011년 1억원 고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에서 '풀잎의 제국'과 함께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처음 '도화촌기행'이라는 제목만 보고서는 순진한 사람이 어떤 선정적인 마을에 들어가게 되서 겪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인가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런 이차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무릉도원에 이르는 길에 복숭화 꽃이 만발해 있었다는 옛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와 도화촌이라는 이차세계를 설정해 놓은 것이었다. 선정성과는 완전히 거리기 먼 아주 지극히 건전한 이야기라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공동 수상이라고는 하지만 파격적 고료를 배경으로 엄청난 경쟁 속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은 책이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더구나 한국적인 판타지문학을 정착시킨다는 의미에서 재정된 문학상이므로 더욱 많은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다. 

우선, 신인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쉽게 읽히는 데 놀랐다.  물론 소설이란 것이 다른 장르에 비해 쉽게 읽히는 책이라고는 하지만, 공모전 등에 당선된 대부분의 책들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하여 지나친 기교를 담거나, 백과사전적 지식들을 서술적으로 담아내거나, 복잡한 설정으로 진행이 답답하거나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첫 장을 넘기는 그 순간부터 마치 모래수렁에 빠진듯 너무나 쉽게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리게 하고 마는 마력을 같은 재미를 제공했다.

적어도, 초 중반까지는 정말 좋았다. 만수고시생으로서 심리적 갈등을 잘 표출했고, 자연스럽게 이차세계와의 접목에 성공하여 재미있게 빠져들게했다. 그러나 소설은 중후반에 접어들어 갈등의 소재로서 로또 당첨이라는 너무나 식상한 소재를 등장시킴으로서 작가의 창의력 한계를 의심하게 하고 말았다. 독자를 끌어 들이는 매우 훌륭한 글쓰기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진부한 로또 당첨을 끌어들인 것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후반에서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독자에서 강의를 하는 듯한 전형적인 마무리 형식을 버리지 못하고 공모전 응모작임을 살짝 들어내고 만 것 또한 아쉬운 점이었다. (그런 형식이 있어서 선정 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심사위원들은 현실의 불완전함을 대체할 2차적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목가적 문체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여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심 속의 선계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 문학에서도 그리 낯선 소재는 아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과연  판타지 문학이라고 특정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서도 다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편안하고 매력적인 문체로 쓰여진 재미있는 소설이 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작가로서의 가장 뛰어난 무기를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당선자는 이제 시작하는 작가이니 앞으로 더 재미있고, 특히 창의력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멋진 소설을 세상에 내놓아주기를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