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해도 청바지를 몇 벌씩 가지고 있다. 
입는 이유는 편해서, 맵시가 나서, 캐주얼한 느낌이 좋아서.. 뭐 등등.. 
생각해보면 청바지만큼 보편적인 옷이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입는 옷이 바로 이 청바지 아닌가. 

청바지가 질긴 천막천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노동자 의복이 되었다가 
패션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청바지가 푸른색인 이유는 일설에 뱀이 푸른색을 피한다는 말이 있어 
노동자들의 옷을 인디고 블루로 물들였다고. (염료가 쌌다는 말도 있고;)
그런 이유로 현재 모든 청바지가 ’청’바지가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리바이 스토로스(현재 Levi’s) 가 처음 시작해 
타 브랜드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나와있고,
솔직히 그런 부분은 크게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브랜드 이야기는 휙휙 넘어가고, 
청바지가 현재까지 진화해가는 부분에서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펼쳐놓은 부분이 좋았다. 

역사적 맥락은 아래와 같다.

골드러시 : 청바지의 탄생  ->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 청바지의 상용화 -> 컨베이어벨트 이용/규격화 : 청바지 생산박차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겨났음. 맹목적 획일성) -> 양차대전으로 촉발된 팍스아메리카나의 시작 : 미국의 제국주의화, 미국문화의 보편화 -> 만국공통의 청바지, 그러나 철저히 미국적자본주의의 산물. 


대강 이런 역사의 물줄기를 타고 오늘날에 이르러 

청바지는 그 역사적 흐름 속에서 상징성을 갖게 되었는데..

대공황시대: 노동자의 청바지로 강인함 상징 ->양차대전: 카우보이의 청바지로 ’멋’을 상징 ->50년대까지: 배드보이의 청바지로 할리우드 스타 제임스 딘이 나타내는 자유와 반항의 상징 ->60년대 이후: 베이비부머의 청바지로 반전, 평화를 주창하는 히피적인 상징


그리고 현재까지 오게 된 데에는, 

보보스 문화가 한몫을 했는데 
보보스란?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의 상반되는 가치가 합쳐진 것으로, 
저항 과 세속적 정신을 동시에 구비한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발생한 말. 
이들과 청바지문화의 결합으로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있는 그 광고!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가 히트를 했고. 

 
▷ 우리들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입고 있는 이 청바지는 
반미주의의 여파로 수그러들기 시작한 맥도날드나 
너무나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디즈니월드와는 달리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문화이자 종교로 거듭났다는 것. 
반미주의를 외치고 시위하는 사람들조차 청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거 아닐까.

청바지의 생존기를 요점 확실히, 그리고 강조도 확실히 해서

’읽기’보다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책. 

광고회사 직장내 OJT(직장내 훈련기록) 이라고 하니 그게 당연하다. (TBWA KOREA)

균일한 활자만 읽다가 갑작스레 다가온 다양한 이미지의 범람과 활자의 춤은 

낯설기도 했는데, 이미지와 글자를 결합하여 즐기면서 읽으니 그것도 괜찮다. 

책이라기보다는 잡지같기도 하고, 피티자료를 묶어놓은 것도 같은데 

그것이 일정한 흐름이 있고 알짜배기 내용도 있어 재미나다. 

몇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중 위에 적은 대로 역사와 상징부분이 가장 흥미로웠고,

나머지는 soso - 정말 잡지같은 내용이었거등. 

청바지가 세상을 점령하기까지의 거창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과 얽힌 이야기들을 

꼼꼼하고 유창한 활자로 기대하신 분들이라면 아마 실망할 것. 

읽기보다 보기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엔터테인먼트적인 책의 구성이 흥미로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