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콘서트는 자주 비와 함께 한단다.
콘서트장을 찾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비를 뚫고 공연장까지 찾아가서 자리에 앉으면
비에 젖은 옷의 눅눅함이 고대로 전해져온다.
내가 그의 콘서트장을 처음 찾았던 날, 그날도 그랬다.
말끔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등장한 이루마님.
"제 콘서트날은 정말 자주 비가 옵니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이고, 짜증도 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비가 오니 분위기가 더 잘 잡혀서 연주가 더 잘되네.. 라고 생각해버려요. 
그랬더니 정말로 그렇게 되더군요. 
제 콘서트는 비와 함께 하는 콘서트입니다."
그날 그의 이 말이 참 인상깊었던 것 같다.
직접 듣는 그의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예상치 못했던 그의 뛰어난 말솜씨.
예상보다 작은 키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역시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만한
스타성있는 예술가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 콘서트에서 나는 더욱 더 그의 팬이 되었다.

피아노 치는 남자,
이루마를 책으로 만났다.
아직도 십대소년 같은 수줍음으로,
편안하게 펼쳐낸 책 한 권.
너무 가벼워서 순식간에 읽어버린 감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내용의 무게 또한 가벼웠음은 인정하지만,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내어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다운 서정적인 책이었다.
그가 궁금한 그의 팬이라면
한번쯤 가볍게 읽어봐도 좋을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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