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져버릴 사람이 있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이 있다. 혹시 그대는 지금 망각의 늪 속으로 사라질 사람을 환대하고 기억의 강기슭에 남아 있을 사람을 천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때로는 하찮은 욕망이 그대를 눈멀게하여 하찮은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제대로 구분치 못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니, 훗날 깨달아 통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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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님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가 나왔을 무렵, 서점에서 너무나 고운 그 책을 발견하고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너무 갖고 싶어 어쩔줄을 몰라했던 기억이 있다. 잠깐의 고민 끝에 향기까지 나는 그 책을 손에 넣고 행여나 닳을새라 집에서 조심조심 책장을 넘겨보고는 다해야 몇글자 되지 않는 글자수와 어딘지 날카롭지 못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는 사회비판에 실망했었지. 그러고는 그래 책이 이렇게 예쁜데 뭘. 이건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야. 라며 위안했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않아 이번에는 꽃 대신 물고기가 그려진 "하악하악"이라는 책이 나왔다. 역시 뒤적뒤적. 전작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이 책을 본 내가 어떻게 했을까?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는 좋을지언정 내 손으로 사서 읽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이 책을 읽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이외수님의 산문집만을 접해본 나로써는 그분의 글쓰기 방식은 이런 식이구나..라고 생각될만큼 내가 본 그의 글들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 사태에 대한 짧은 단상. 유머, 그리고 비판. 전작에 비하자면 유머에 조금 더 큰 비중을 두었달까. 꽤나 킥킥거리면서 책을 읽었으니까. TV에서 본 그분의 범상치 않은 외모와 기이한 인생사, 그가 쓴 글들이 모두 혼합되어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독특한 하나의 인간상. 이외수.

그분의 많은 팬들에게는 좀 죄송한 말이지만, 책을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은 뭐.. 역시.. 그정도였다. 정신없이 웃겼다고도, 정신 못 차리게 통쾌했다고도, 아니면 감탄할만큼 예뻤다고도 할 수 없는, 그저 가볍고 밋밋했다는 느낌? 내 돈 주고 사본 책이었다면 아마 좀 후회했을 듯. 그의 괴팍한(!) 외모에 걸맞는 바짝 날이 선 통쾌한 일침을 기대해 본다. 그런 속 시원한 글과 만나고픈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일까?




이외수, 하악하악, 여자도여자를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