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맛이라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감칠맛나게 풀어낼 수 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글을 읽고나면 새삼 책을 읽는 기쁨을 발견한다. 특히나 그것이 예상치 못한 만남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 내가 이 맛에 책을 읽는거지.. 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행복함 때문에, 나는 책을 읽는다. 

아마 아주 우연히 누군가의 리뷰를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숙영이라는 여행작가를 알게 되었고, 높은 평점만을 믿고 책을 구입했다. 여행에세이라는데 그림이나 사진은 단 한 장도 없고 오로지 잔글씨로만 꽉 채워진 꽤나 두꺼운 책 한권. 그 책을 손에 든 순간에는 이 책이 나에게 이렇게 기쁨을 줄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새하얗고 깨끗한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며, 나는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유럽이라는 곳. 말로만 숱하게 들어온 유럽 여러 나라들의 여행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작가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며 여행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 공감했고, 그녀의 고생담에 안타까워했으며,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있는 장면에서는 함께 감탄했다. 물론 그녀의 감탄사가 이어질 때마다 아.. 직접 보고 싶다. 직접 먹어보고 싶다. 진짜 꼭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유럽에서의 하루하루는 내가 직접 그곳에 갔어도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삽질과 깨우침의 나날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유럽의 어느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한 유창한 외국어실력을 갖췄다거나, 누구라도 돌아볼 정도로 뛰어난 외모를 가졌다거나, 엄청스레 돈이 많다거나,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서 그녀니까..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면 이렇게 공감할 수 없었으리라. 그녀는 평범한 우리들과 참 비슷한 모습으로 그곳을 경험했고, 그 경험담을 가감없이, 때로는 조금 과격한 표현으로 들려주었다. 그녀의 두차례에 걸친 유럽 여행기를 읽으며 참 많이도 웃었고, 진심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늘 자신감을 잃지않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했다. 매번 툴툴거려도 그녀는 그녀 자신을 또한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이 있는걸 보니 여행지에서 받은 것들을 누구에게든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이 조금씩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을 꿈꾸는 그대여,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그대여, 그녀를 만나보라. 어느새 가까워진 유럽을 만나게 될 것이고, 조금 더 행복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유럽여행, 정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