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상 수상작은 언제나 눈여겨보게 된다.  1회 수상작 〈미실〉부터 5회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까지 쭉 재미있게 읽어 왔기 때문이다.  독특해서 놀랐다고 해야 할까,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언제나 새롭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컨설턴트(2010.4.20. 은행나무)》가 출간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글쓰기를 힘들어 하면서도 가장 동경하는 영역 또한 글쓰기이기에, 나와 비슷한 또래인 저자 임성순이 순간 부러워지기도 했더랬다.  또 어떤 방식으로 독자를 놀라게 할 것인지 궁금해 하면서 그리고 탄탄한 플롯과 내밀한 심리묘사 등 뛰어난 작품이란 칭찬을 부러워하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컨설턴트》의 주인공은 ‘킬링 시나리오’를 대신 써 주는 작가다.  ‘킬링 시나리오’라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게 뭔가 잠깐 책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더랬다.  주인공이 직접 사람을 살해하는 게 아니지만, ‘킬링 시나리오’에 의해 자살처럼 꾸며지거나 사고처럼 꾸며져 사람이 죽어나간다.  처음 자신이 쓴 글이 실제 사람을 죽이는 각본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주인공은 불안에 떤다.  하지만 곧 죽어야 할 이유를 찾으면서 자신이 쓰는 글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죽어야 할 이유를 찾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한 번 태어난 인간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게 자연의 이치라는 그럴 듯한 이유로 자기 행동을 합리화 시키면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한 채 그렇게 살아간다.  그런데 잠깐 만났던 현경이란 여자의 킬링 시나리오를 쓰라는 의뢰를 받는다.  주인공은 현경을 사랑했던가, 사랑하지 않았던가.  주인공에게 현경이 어떤 존재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경을 위한 ‘킬링 시나리오’를 쓴다.  그런데 주인공은 현경의 죽음 후에 남겨진 사실을 - 현경이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사랑했었고 자신의 아이를 가졌었다 - 통해 세상에 당연히 죽어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 없고, 누군가의 죽음은 다른 누군가의 직, 간접적인 책임이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소설의 처음, 주인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원죄를 짓는다는 성서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주인공은 비로소 원죄의 개념을 이해한다.  즉 이 소설은 「원죄」의 개념을 이해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의 마지막은 ‘피비린내 나는 행복이다’라는 문장으로 끝맺는다.  인간의 행복은 원죄 위에 지어진 것이기에 모든 사람의 행복이 피비린내 난다.  피비린내 나는 행복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다.  그러니 누군가의 죽음은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