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서 떠올릴 수 있는 반응은 심리학 또는 철학에서 떠올리는 그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왠지 멋있어 보여 가까워지고 싶지만 또 왠지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말이다.  그런데 심리학, 철학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라고만 여겼던 클래식과 친숙해질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적이 한 번 있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지휘자 금난새님의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 해설이 곁들여진 음악회를 보고 난 후였다.  음악회를 본 후, 클래식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하는 데는 내 감각이 무딘 탓도 있겠으나 친절한 스승을 만나고 거기에 약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커다란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까지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을 만났다.  

 

책을 받고 제일 먼저 쇼팽을 찾아 읽었다.  어린 시절 쇼팽의 녹턴 작품을 연주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연습하던 때가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게 되어 버린 내 안타까운 시간이 생각나서였다.  그리고 머리가 좋아지는 클래식이라는 타이틀에 혹해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모차르트를 찾아 읽고서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책을 들었다.  예전보다는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클래식에 몰입하기에는 아직 무리인가 보다.

 

이 책은 7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총 50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과 작곡가의 소개글에는 작품이 명곡으로 남게 된 이유, 작곡가의 생애와 관련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명곡을 감상하기에 어떤 음반이 가장 좋은지도 추천한다.  책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한 발자국씩 가다보면 클래식에 '클'자만 들어도 무턱대고 뒷걸음질 치는 수준은 면하게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과 작곡가를 소개하면서 중간 중간에 부수적으로 설명하는 예들이 모두 일본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힘이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흐름이 끊기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이 책을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이 책이 호기심을 유발하는데 좋은 동기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듣고 싶은 명곡이 많아졌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에서 읽었던 작곡가도 한번쯤 떠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