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고구려는 4권부터는 1,2,3권의 주인공이었던 미천왕이 아닌 고구려 16대 왕 고국원왕의 타이틀을 달고 있다. 화이트톤의 1,2,3권과는 달리 골드톤의 4권은 앞권보다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고국원왕의 뒤를 이을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의 대에서는 어떠한 컬러의 도서로 발간될 지 궁금해 진다. 

 

영광스러운 한 시대를 가져온 위대한 인물이 떠나간 자리에는 그 인물의 후손들이 영광을 이어나가야 하는 어려운 임무가 주어진다. 훌륭하고 위대한 전임자 덕에 후임자가 끝없이 노력하고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내도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는 인식과 기대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위대한 군주나 황제의 후임자들이 전임자의 위업을 뛰어넘어서 지속적인 전성기와 융성을 가져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선조가 가져온 위대한 영광을 깍아먹지나 않으면 다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한 시대가 가고 나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온전히 후임자의 몫일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소설 고구려 1,2,3권은 고구려 15대 왕인 미천왕(美川王)의 낙랑 수복 전쟁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미천왕의 노력과 위대한 역량은 결국 고구려의 위상을 높이는데 없어서는 안될 밑받침이 되었고, 그 성과 또한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미천왕이 앞으로 고구려를 이끌 태자를 세우고, 어떤 방향으로 고구려가 나아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던 것의 핵심은 자신의 후임자들이 고구려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다.

"군주는 백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광을 이루는 자가 되어서는 아니 되오. "

'칼을 이기는게 어찌 칼뿐이겠습니까?'...

'강한 것은 오히려 부드러움으로 이기는 것입니다.'...

'나라가 어찌 싸움마다 항상 이겨내겠습니까. 싸움이란 반은 이기고 반은 지는 것입니다. 저(태자 사유)는 잘 지는 것 또한 이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후손들이 이끌어갈 새로운 시대는 지금의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는 미천왕의 생각은 한 나라의 리더로서 갖춰야할 '방향 제시'에 있어서 그 시점에서는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낙랑을 비롯한 한사군의 수복이라는 성과 아래서 내실을 다지고 내형적인 힘을 기른다는 것은 고구려라는 동북아시아의 신흥 강국이 더 크게 뻗어나가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는 미천왕의 생각은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 실제로 미천왕 이후의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등은 나라의 외형적인 확장에 모든 힘을 쏟아부은 군주는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다져진 힘은 19대 광개토대왕때 폭발적인 영토 확장의 밑거름이 된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4권 서평을 적으면서 역시 소설 고구려가 비판받아야 할 점은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싶다. 1,2,3권의 서평에서 어느 정도 언급하였지만, 소설 고구려는 소설로서의 읽는 재미는 꽤 큰 편이지만(실제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나 역시도 매우 빨랐으니깐), 역사소설로서 필수적인 역사적 고증은 형편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소설 고구려가 1,2,3,4권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점은 아무래도 소설로서의 재미에 많은 독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으나,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나 역사적 고증이 부족하다는 것이 도가 지나친 점은 4권의 서평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 중에서 아래와 같은 서술을 보면,

"사유는 모용외의 호통에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라 들고 있던 사신의 패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모두의 눈길이 바닥에 떨어진 사신패로 옮겨가는 순간 모용외의 조정은 탄성으로 뒤덮여버리고 말았다.

(사신의 패에는) 고구려국 사신 태자 사유(高句麗國 使臣 太子 斯由) (라고 적혀 있었다.)"

사신의 패에 '고구려국 사신 태자 사유'라고 적혀 있다니... 너무 독자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너무 정직하다 못해 한심해서 그냥 웃음 밖에는 나오질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과거 우리 조상들의 혼과 기상을 일깨우고 명작 소설을 남기겠다는 작가의 열의는 잘 알겠지만, 사실과 다르고 고증이 부족한 서술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곡해하게 만든다는 점을 모르는 것인가 우려되기도 한다.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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