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개인 자전적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다. 워낙 역사서적과 역사소설을 좋아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자전적 에세이는 저자가 의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는 경향이 스며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운명이란 서적을 굳이 구매하여 읽은 이유는 지난 2012년 4월 총선을 겪으면서 문재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부산에서 변호사일을 하면서 운명적으로 만난 노무현과 함께 참여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았고, 높은 지위에 있었으면서도 청렴하고 도덕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 그리고 2009년 충격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예전의 말을 번복하고 정치의 전면에 나선 사람. 예전 정부에서 고위 직책에 있었고, 모시던 사람의 뒤를 이어서 어떠한 비젼을 가지고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것인지, 그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또한, 노무현과 함께했던 문재인의 삶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호기심도 약간?

 

서적의 순서는 노무현의 서거 당시의 상황부터 해서 문재인의 전반적인 인생과 변호사, 그리고 참여정부에서의 얘기 등에 대해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정치사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약간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는 독자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는데, 이후의 서술은 어찌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담담하게 살펴보는 느낌이라 조금은 심심하고 지리하기도 하다.

아무래도, 문재인의 삶에 있어서 노무현이란 사람은 소울메이트처럼 운명적인 동반자 이상일 것 같다. 문재인은 서문에서 노무현과의 삶속에서 그가 느꼈던 점과 그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암시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노무현과 나는 아주 작은 지천에서 만나 험하고 먼 물길을 흘러왔다. 바다로 갈수록 물과 물은 만나는 법이다. 혹은 물과 물이 만나 바다를 이루는 법이다. 이 땅의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역사의 바다로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 부족한 나의 이 기록에서 사람들이 그런 지혜를 뽑아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 "

 

책의 절반 이상은 참여정부에서 문재인과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그의 참모진들이 지향하고자 했던 정책들과 행동들에 할애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참여정부가 종료된 후에 노무현 정부가 많은 시민들과 진보진영에 속한 적지 않은 인사들에게서 '실패한 정부' 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던 만큼, 변호할 것은 열심히 변호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며, 자신들이 지향하고자 했던 큰 그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변호하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고자 했었던 지난 2001년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결이었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는 생각보다 적어서,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충분히 자랑할 수 있었던, 그리고 너무나 극적이었던 그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굳이 '떠벌리지' 않는게 문재인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기득권의 절대적인 반발속에서 언론의 비호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어찌보면 외롭게, 어찌보면 도전적으로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그들의 '꿈'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긴, 참여정부 이후에 이명박 정부도 거의 끝나가고, 노무현 대통령의 좌절을 겪은 후인 지금 시점에서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는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에는 나 역시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말의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노무현과 문재인 등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정부는 도덕성이나 꿈의 순수성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다만, 방법론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보완할 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총선에 들어서면서 문재인이라는 한 사람의 정치인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그의 도덕성에 있었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그 순수함 역시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주목하게 된 이유중에 하나였다. 다만, 책의 출간 시점인 2011년 6월은 문재인이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발길을 내딛기 전이었기 때문에, 저자가 무슨 심정으로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술회는 없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이번 2012년 19대 총선에서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일단의 정치적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는게 대체적인 평이지만, 앞으로 문재인이 걸어가게 될 길에 대해서 흥미를 아직 잃지 않은 대중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그가 걸어갈 길이 노무현 前 대통령이 걸어가는 방법이었던 순수하고 도전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면, 문재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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