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소설 골든 슬럼버는 깔끔하게 화이트 앤 골드 톤으로 디자인이 되어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지만, 깔끔한 디자인 덕분에 소장 욕구는 꽤 높은 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표지에 새겨진 한 사나이의 눈물은 아마도 이유도 모른채 세상에서 버림받고 쫓기는 그 남자를 형상화한 것일 게다.

 

우연히,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추천을 받은 '골든 슬럼버', 작가 이름 역시 이사카 코타로라는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출간되었을 당시 일본에서도 꽤 큰 인기를 끌었다는 말에 큰 고민없이 구입을 하였다.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확실히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니 소설의 구조도 참신한 느낌이 들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부분에 있어서도 왠지 모를 이질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역시 뭐든 편식은 좋지 않은 법인듯~

 

골든슬럼버의 스토리는 어찌보면 굉장히 간단하다. 범인이 아니면서도 범인으로 지목된 평범한 사나이가 어떻게 도망을 치느냐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추리소설인데, 물론 단순히 주인공의 도망 이야기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모두 채우고 있지는 않다. 이 소설 골든 슬럼버 속에는 아래와 같은 꽤 묵직한 주제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너, 오즈월드가 될 거야. 케네디 암살사건 뒤 체포되었다가 이송 도중에 총살당한 오즈월드, 오즈월드를 총살한 자는 잭 루비라는 남자였다..두 사람 모두 거대조직이나 정치가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조직이나 거대 권력 체계 속에서 한 인간의 목숨의 값어치가 얼마나 하찮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범죄 방지와 수사정보의 질과 양 향상을 목적으로, 거리를 지나는 행인의 영상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압축영상으로 보존되었다."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이 사회안전이라는 거대한 담론 속에서 얼마나 손쉽게 무시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감시와 통제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며

"그들은 사건을 매끄럽게 수습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진상을 밝히는게 아니다....진짜 범인에는 관심 없다. 그들은 그저 만인이 끄덕일 만한 형태로 매듭짓기를 바랄 뿐이다."

"텔레비전과 신문은..진위가 불확실한 일반인 제보까지 줄줄이 방송하며 시청자들을 선동했다."

"아직 확실히 범인인건 아니잖아? 근데 이름이고 뭐고 방송에서 막 돌려도 되는 거야?"

과연 보여지는 것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그리고 매스컴과 공권력이 이야기하는 것을이 과연 진실인지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끔 만든다.

 

추리 소설의 세가지 구성요소를 '누가(Who) 왜(Why) 어떻게(How) 사건을 저질렀는가?' 로 본다면,소설 골든 슬럼버는 How(어떻게?)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추리 소설로 분류할 수 있다. 누가 범인이냐보다는 어떻게 사건이 일어나고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사건 장치라든지 복선이라든지, 내내 쫓기기만 하는 주인공의 심리묘사도 그에 적절하게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책의 페이지도 수월하게 넘어가는 편.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꼭 How에만 주목해서 소설을 이끌어가는게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소설의 구성 배치상 이미 '누가(Who) 왜(Why) 사건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얘기를 책 초반부에 별도 챕터로 구성해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독자들이 How에 주목하도록 하고 있는데, 작가의 의도도 십분 이해는 되지만 꼭 그렇게 했어야만 하는것이 좋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건의 결론을 일반적인 방식처럼 맨 마지막에 배치하였다면 독자들로 하여금 '누가 왜사건을 일으켰는가?(Who & Why Done It?)'에도 집중하게끔 만들어서 추리소설의 묘미를 한껏 더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왠지 How에만 집중하다보니 추리 소설이 아닌 스릴러 소설을 느끼는 듯한 생각이 들때도 종종 있었으니, 그런점이 조금 아쉽다. 가끔은 클래식한 구성이 독자들의 눈길을 더 사로잡을 때도 있다.

 

▶ 내 마음대로 평점주기

읽는 속도 [ ★★★★☆ ] 그야말로 온 세상이 한 남자만 쫓고 있다.

읽는 재미 [ ★★★☆☆ ] 이야기의 순서를 조금 바꿨으면 하는 아쉬움

얻는 정보 [ ★★★★☆ ] 국가와 언론이 언제나 사실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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