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과 역사 3권도 마찬가지지만, 출간된지 꽤 된 서적답게 겉표지가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느낌이 든다. 3권은 회색빛이었다면, 2권은 너무 짙은 적색톤인게 아쉽다.

 

임용한이라는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전쟁과 역사 3권을 통해서였다. 최대한 사료에 의거해서 사실적으로 전쟁사를 기술하면서도 그 자신만의 확고한 주관과 거침없는 필체를 보여준 면에 많은 감명을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주요 전쟁을 주제로 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하는 작가가 드물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랬다. 전쟁과 역사 3권에서 고려 왕조 말기 고려가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전쟁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자연스레 고려 왕조 초기/중기 시대 거란과 여진족과의 수많은 전쟁을 서술한 전쟁과 역사 2권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우리 역사에서 전쟁사란 아직도 거의 역사학의 방계에 속한다. 그러나 그런 푸대접에 비해 알게 모르게 전쟁사가 국민의 사고와 정서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 책 서문에서 

전쟁이란 참으로 재미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란 파괴적인 행위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마 역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더구나 전쟁만이 가질 수 있는 역동성과 파괴적인 활력은 역사를 읽어가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자 흥미거리다. 하지만 저자가 얘기하듯이 전쟁사라는 분야는 역사학에서 주류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임용한 작가가 저술하는 이러한 전쟁과 역사 시리즈 뿐만 아니라 다른 전쟁사 관련 서적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의 필체는 시원시원해서 참 읽기 편하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자의 저술 능력은 분명히 큰 장점이다. 거기에다가 각종 사료를 통해서 과거의 전쟁과 전투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다양한 지도 등을 많이 삽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도를 자연스럽게 증가시켜준다. 이러한 면들은 과거의 사건을 쉽게 이해시켜준다는 점에서 역사서적에 많이 요구되지만, 실제로 많은 역사서적들이 이러한 면에 소홀한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서적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고 본다.

  

"당시 고려의 외교전략은 불간섭주의가 아니라 일종의 모르쇠 정책이었고, 타국의 입장에서 보면 가만히 앉아 싸움구경을 하면서 떨어진 열매만 주워 담는 국가였다."  

"혜종이 이렇게까지 무기력한 왕이 된 것은 전적으로 왕건의 책임이다. 왕위계승자의 처지와 국가의 장래에 대해 이렇게까지 무지하고 무책임할 수가 있을까?"

"거란이 압록강을 도하하고, 안융진을 기습하기까지 고려의 사정은 계속 최악이었다. 침공의 징후, 적의 기동, 전술, 하여간 적의 동향을 예측한 적이 없고, 내어 놓는 대응책도 실패 아니면 오진이었다." - 책 본문에서

전쟁과 역사 3권의 서평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적인 과거 사건의 재구성 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는 바로 저자의 비판적인 시각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수많은 외침과 침공을 겪어낸 고려 왕조는 절대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영토를 가지고도 꿋꿋하게 자주성을 유지한 것으로 현대인들에게 인식이 되는데, 정작 그 내용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외교 전략/전쟁 전략/전투 실행까지 수많은 오류와 어설픔, 무책임함 등으로 얼룩져서 때로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꽤 많다. 하지만, 저자의 그러한 비판적인 시각 역시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통해서 도출되는 만큼 섣불리 아니라고 단언짓기도 어려울 만큼, 저자는 여러 사료와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고 그 덕분에 설득력도 꽤 높을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이겨내고 500년 가까이 존속한 고려 왕조. 고려 왕조는 실제로 외침을 어떻게 이겨내고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실제로 고려 왕조가 겪은 전쟁과 전투는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저자가 보여주는 그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면 바로 이 전쟁과 역사 2권(3권도 역시)을 추천해 주고 싶다.

  

▶ 내 마음대로 평점주기

읽는 속도 [ ★★★★★ ] 역사 서적을 이렇게 빠르게 넘길 수 있을까?

읽는 재미 [ ★★★★☆ ] 역사적인 정보와 흥미를 모두 충족시킬만한 수작

얻는 정보 [ ★★★★★ ] 고려는 거란/여진과 어떻게 갈등과 전쟁을 이겨냈을까?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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