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은 이번 소설이 두 번째다. 그의 데뷔작인 13계단에 이은 그레이브 디거. 그레이브 디거 역시 13계단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데,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유럽 중세 마녀 사냥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현대 일본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극과 그에 대한 추격과 도망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긴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어로 '무덤을 파는 자'라는 뜻입니다....고문당해 죽은 자가 무덤에서 살아나서 자기를 죽인 자들한테 복수한 거라고 수군댔습니다. 그리고 이 부활한 사자를 '그레이브 디거'라고 불렀답니다." - 책 본문에서

그레이브 디거라는 말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그대로 직역하면 된다. 유럽 중세의 마녀 사냥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단어는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실화인 것처럼 생각이 되지만, 실제로 역사 속에 존재했었던 단어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는 마치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일인 것마냥 생생하고 설득력있게 독자들에게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것이 또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 국가의 그늘에서 꾸물대는 마녀재판의 논리, 현대사회의 이단 심문 제도였다." - 책 본문에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진정한 힘은 긴박하고 스릴 넘치는 추리 소설을 만들어내면서도, 그 안에 묵직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데뷔작인 13계단도 그러했고, 최신작 '제노사이드'도 역시 그러하며, 이 '그레이브 디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솔직히, 추리 소설이라는 것은 그 장르의 특성상 긴장감과 긴박함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선사해 주기만 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인데, 거기에다가 독자들이 한 번쯤은 더 생각할 만한 묵직함을 가지고 있으니, 여타 추리소설과는 다른 차별화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회적 주제가 어떻든 역사 속에 실존했던지 아니던지 어떠했든, 추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흥미 자체만으로도 가히 베스트 추리 소설로도 꼽힐만한 그레이브 디거.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긴박함과 스릴감을 맛보고 싶다면 단연코 추천해 주고 싶은 소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