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에 비해서 뭔가 겉표지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냥 얼핏 보고 지나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 조금 유치하다 싶은 느낌?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는 추리소설을 '주로 범죄에 관한 난해한 비밀이 논리적으로 서서히 해결되는 과정에 흥미의 주안점을 둔 문학'이라고..." - 책 후기에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에도가와 란포의 추리소설에 대한 정의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공감이 간다. 거기에 더한다면, 어느 소설인가의 후기에서 본 '누가', '왜', '어떻게' 사건을 저질렀는가라는 3요소가 더해지면 저자뿐만 아니라 독자들 역시 추리 소설의 어떤 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가 명확히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읽어보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중에서 '성녀의 구제'라든지 '용의자 X의 헌신', '악의' 등을 상당히 인상깊게 보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읽어 보게 된 그의 저작들은 내가 애초에 기대했던 추리 소설과 탁월한 심리 묘사 등에 있어서 뭔가 모르게 나사 하나가 빠진 느낌이 많이 든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역시 마찬가지다. 히가시노의 소설들 중에서 초기작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이 소설은 외딴 집에서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이 과거의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메세지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뭔가 한번쯤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긴 한다. 꼭 반드시 잔인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누구도 풀 수 없을 듯한 트릭이 있어야 추리소설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위에 적었던 에도가와 란포의 말처럼, 이 '옛날에 내가 죽은 집'도 추리 소설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도대체 뭔가가 빠진 건지 책을 덮고 나서 희열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누가' 사건의 주동자인지 어느 정도 추측이 되고, '어떻게' 라는 것은 이 소설에서 큰 요소가 아니며, '왜'라는 요소 역시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아서일까? 왠지, 저자가 말하고픈 메세지(즉, 결론)를 전달하기 위해서 다른 요소들이 맞춰져있는 느낌 같기도 하고..

 

"지극히 정적이고 고요하게 진행되는 장면 전개와 반비례해 공포심은 점차 증폭되며, 그 어떤 호러소설보다 독자를 긴장시킨다." - 책 후기에서
"분명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은 있어. 그런데 중요한 뭔가가 빠져 있는 것 같아. 뭐랄까, 표현은 잘 못하겠지만 뭔가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야." - 책 본문에서
"그것과 마찬가지로 기묘한 분위기가 풍겼다. 마치 이 집안에서만 시간이 정지되어버린 것 같았다." - 책 본문에서
그렇다 하더라도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배경과 심리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확실히 지속적으로 긴장하게 만드는 맛은 있어서, 쉽게 페이지를 덮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 덕분인지 다른 독자들에게는 꽤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긴 하다.

▶ 내 마음대로 평점주기

읽는 속도 [ ★★★★☆ ] 외딴 집, 두명의 남녀, 숨겨진 비밀들

읽는 재미 [ ★★☆☆☆ ] 추리소설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얻는 정보 [ ★★☆☆☆ ] 분명히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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