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마인 이야기 12권의 표지는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의 샤푸르1세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로마제국 발레리아누스 황제의 모습을 새긴 부조다. 서기 260년 로마 제국의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사산조 페르시아제국의 황제에게 포로가 된 사건은 당시 세계의 일대 특종이었다. 유일무이했던 사건.

 

'로마인이야기 시리즈' 전체에 대한 리뷰를 적으면서 로마제국이 역사적으로 다른 제국 혹은 민족,국가와는 달리 오랫동안 융성하고 인류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발자취를 남긴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적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 였었는데

- 로마제국은 정치/경제/사회/종교/문화적으로 다양성에 바탕을 둔 체제였고, 그를 통해 유연성과 최고의 효율을 창출해 낼 수 있었던 체제였다는 것.

- 관용(Clementia)를 중시한것에서 알 수 있듯이, 패자 동화정책을 통해서 광대한 제국을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던 점.

-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끊임없이 손질했었다는점, 즉, 시대의 변화 욕구에 맞춰서 탄력적으로 왕정→공화정→제정 체제로 변화해 갔다는 점이다.

 

그러했던 로마제국이 '위기의 3세기'를 겪게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점이 로마인 이야기 12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의문점이었다. 작가는 로마가 본격적으로 쇠망의 길을 걷기 시작한 모습을 상세하게 다뤄주는데, 군인황제 시대로 접어들면서 끊임없는 국력상실과 정치혼란, 그리고 방어체제의 위협 등은 로마제국의 영속 자체를 뒤흔들 만한 매우 큰 문제였다. 이러한 로마제국이 큰 위기를 겪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많은 역사학자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데,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말했던 '인간은 자기 본질에 바탕을 둔 행위를 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법'을 뒤집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로마제국의 본질 자체를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잃어버리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로마제국 쇠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제정체제가 심화되면 절대자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수많은 혼란과 숙청, 내전이 발발하게 되고, 이는 로마인의 다양성과 '관용정신' 그리고 패자 동화정책 의 수행을 자연스럽게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또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의 군사개혁과 카라칼라 황제의 '안토니누스 칙령', 그리고 갈리에누스 황제의 '원로원 의원의 문무 겸임 방지 정책'은 결과적으로 로마시민권의 매력과 제국방위의 체력을 갉아먹음으로써 로마제국의 본질을 잃어버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로마제국 황제들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지라도, 이미 제국 황제들의 사상과 사고방식은 예전 융성했던 로마인의 본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군인황제 시대에는 수많은 황제들이 짧은 치세와 암살, 숙청, 망명등으로 얼룩지어진다.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에 포로로 잡힌 쇼킹한 뉴스, 수많은 방어선의 후퇴와, 야만족의 약탈 등. 그리고,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로마 성벽' 구축. 특히, 로마시 방어를 위해 아우렐리아누스 황제가 건축은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은 로마제국의 쇠락을 가장 역설적으로 잘 보여준다. 더이상, 로마제국의 심장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점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인데, 과거 카이사르가 확장/팽창 해가는 로마를 위해서 '세르비우스 성벽'을 의도적으로 파괴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부터 시작된 군인황제 시대는 20명 이상의 이름뿐인 황제를 남겨두고 280년경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취임함으로써 일단락된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쇠락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13권 [최후의 노력]편에서 보자.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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