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 대한 리뷰를 남들에게 보여주기기 위해서라면 굳이 쓸 필요성은 없을정도로, 이만큼 우리나라에 유명한 작가도, 이만큼 우리나라에 유명한 역사서적도, 이만큼 우리나라에 많은 리뷰와 감상평을 남긴 서적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15권 모두를 읽고난 후의 후련함과 섭섭함, 뿌듯함과 아쉬움을 가졌었던 순간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결국 이렇게 서평의 형식이라도 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5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읽으면서, 읽고난 후의 느낌을 남기지 않는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문체와 서술방식은 전문가로서 보기에는 비평할 점이 꽤 있을지 몰라도 일개 독자로서 느끼기에는 훌륭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수 있도록 몰입하게 만들수 있는 능력, 자세한 정보를 원할때는 자세한 정보를 서술하고 대충 넘어가도 될때는 대충 넘어가는, 한마디로 독자의 기분을 헤아리는 서술을 할 수 있는 작가가 시오노 나나미라고 말하고 싶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녀의 서술에 대해 전문적인 용어로 비평은 못하겠지만 독자들을 서적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은 찬탄해 마지 않을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또한 정확하고 완벽한 서술을 위해 원자료를 수집하고 재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의 노력과 준비역시 칭찬을 해주고 싶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을 때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1권부터 시작하지 않고 7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7권부터 로마제국이 본격적으로 제정시대에 접어들면서 황제 연대기가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황제 연대기를 무진장 좋아라하는 성격상 앞의 1~6권보다는 뒤의 얘기가 더 끌렸다. 참고로 로마인 이야기 1~5권까지는 왕정과 공화정으로서의 로마, 6권은 제정의 시작을 알리는 아우구스투스 시대, 7권~15권은 제정시대의 로마를 서술하고 있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처럼 저자도 로마제국 융성의 원인에 대해서 많이 궁금하고 있는지, 책 중간중간에 꽤 자주 로마제국의 융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아무래도 고대 로마제국의 융성은 그 자체로 수많은 독자들과 여러 역사학자들에게 있어서 흥미로운 주제일 수 밖에 없는데, 저자는 어떻게 로마 제국의 융성에 대해서는 대략 아래와 같이 정리를 하고 있다.

첫째, 로마제국은 일신교가 아닌 다신교사회로서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체계, 권력체계 그리고 나아가서는 민족과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도 다양성을 굉장히 폭 넓게 인정하는 체제였다. 이러한 유연성 있는 체제는 결코 쉽게 부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둘째, 로마인은 패배자까지 동화시키는 관용을 최고의 가치중의 하나로 삼는 국가였다. 이는 고대든 현대든 절대 쉽지 않은 가치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인데, 전쟁과 학살, 그리고 복수 등을 통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나라가 멸망하고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죽어갔는지를 생각해보면, 저러한 로마인들의 가치는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셋째, 로마인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최적화된 정치체제와 군사체제, 통치체제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이는, 로마제국이 왕정에서 시작해서 공화정을 거쳐서 제정(최초에는 원수정이기도 했지만)으로 수없이 정치체제를 변혁시키고 그에 따라서 군사체제와 사회체제도 변화하였다는 점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고대 로마제국의 역사를 보면서 계속 느꼈던 점은 어찌 그리 귀족과 평민이 일치 단결해서 국가를 수호하고 영토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는지, 어찌 그리 인간의 편협한 시각과 사고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하게 생각을 할 수가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 넘는지였다. 작가의 '로마 찬송가(혹자는 그렇게들 비판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신에 따라서 실제보다 부풀려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리스도교의 확산과 더불어 로마 제국이 본격적인 쇠락의 길로 들어선 점을 보면서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사고가 어떻게 로마제국에 독으로 작용하였는지 읽어가면서는 생각과 사고의 다양성이 민족과 국가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지 여실히 느낄 수도 있었다.

 

전 15권에 이르는 방대한 두께 속에서 고대 로마인들의 행적을 추적해가는 재미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조그마한 도시 국가로 시작해서 그 넓은 영토를 정복하고 극히 효율적인 대제국을 결국 만들어내고야 말았던 로마인. 결국에는 그 대제국도 쇠락해고 무너지면서 역사속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야 말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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