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리소설에 푹 빠져있다. 지금 포스팅하고 있는 이 '매스커레이드 호텔'도 그렇고, 현재 읽고 있는 책도 추리소설인 '13계단'이다. 얼마 전에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도 신나게 읽었었고. 공교롭게도 읽고 있거나 읽은 추리 소설이 모두 일본 작가가 쓴 추리 소설인데, 특별히 콕 집어서 일본 작가의 소설만을 고른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배경이나 등장인물들이 일본인이라서 그런건지 감정적인 거부감이나 어색함이 적은 것은 상당히 좋다. 우리가 살고 한국을 배경으로 일어난 사건과 소설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 덕분에 소설을 읽는 데도 큰 어려움 없이 술술 잘 넘어간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에서 상당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였지만),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상당한 역량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이란 하나의 건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 내부는 작은 마을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복잡하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배경은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당연히 호텔이다. 그것도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있는 특급호텔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연쇄살인범이 당당히 예고한 다음 살인 장소는 바로 이 호텔인데, 소설에 적혀있듯이 작은 마을과 다름없는 이 거대한 호텔은 추리 소설의 배경이 되기에는 조금은 진부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을 극한으로 발휘해서 추리 소설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도 이 서적을 선택한 이유중의 하나였다. '그래, 배경은 조금 진부하네. 하지만, 그 진부한 장소에서 어떻게 사건을 펼쳐보일지 잘 지켜봐줄게'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호텔은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수사관의 임무는 인간의 가면을 벗기는 일, 호텔리어의 임무는 고객의 가면을 지켜내는 일이었다."

몽타주도 없고 정보도 거의 없는 살인범을 쫓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굉장히 무모하다. 호텔에 들어오는 수많은 손님들 중의 한명이 잔혹한 살인범의 얼굴을 감추고 있다라고 생각이 되면, 모든 손님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Masquerade Hotel 에서 매스커레이드라는 말이 바로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상징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수상한 기척이 느껴지는 손님이 나타나면 살인범을 쫓는 형사 뿐만 아니라 독자들까지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상승하게 되고, 호텔리어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고객의 가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또다른 주인공 여성 호텔리어의 행동을 보게 되면 어느새 긴장감이 스르륵 풀리기도 한다. 이런식으로 능숙하게 독자들의 긴장감을 쥐락 펴락하면서도 작가는 그 사이에 사건의 복선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새겨 넣어서, 결말이 나오면 '아~ 그런거였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하긴, 그런 것이 추리 소설 작가의 가장 큰 역량일테고, 그런 것이 작가가 의도한 바일 것이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역시 독자들이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 안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나름대로 상상하면서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과 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생각들에 독자들이 동감을 하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을 드나드는 수백명의 손님들 중에서 누가 진짜 살인범의 얼굴을 가면으로 숨기고 있을까? 그리고 그 범인을 찾기 위해서 눈을 번득이는 형사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면 작가가 상상해서 만들어낸 세계가 생생하게 눈앞에 살아날 것이다.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 500페이지 분량의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 안에서 즐겁게 상상하고 또한 즐겨보자.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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