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는 영웅을 낳는다고 하던데 포에니 전쟁과 마케도니아 전쟁을 통해, 지중해세계의 절대 강자로 올라선 로마제국에게도 혼란과 혼미의 시대는 찾아왔고 그러한 시대적 흐름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로마제국을 넘어선 인류 역사에 손꼽을만한 영웅을 낳은 걸 보면 그냥 허투루 넘길 말은 아닌 것 같다.

 

영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건 언제나 즐겁다. 개인적으로는 카이사르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아니 인류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일생을 살다 갔다고 생각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한 서적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영웅의 탄생과 도약,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영웅의 길은 스펙타클하다. 카이사르 역시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역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만 할애되어 있는 로마인 이야기4, 5권은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전체중에서도 가장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며,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다.

 

로마인 이야기 4권을 읽으면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쟁을 진행하면서 직접 기술하였던 '갈리아 전쟁기'이다. 카이사르와 동시에 살았던, 키케로를 비롯해 수많은 문인과 학자들은 카이라스가 저술한 '갈리아 전쟁기'를 군더더기 없고, 더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걸작중의 걸작이라고 칭송한다. 이는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도 인정하는 점인데, 시오노 나나미의 저술 방식이 독자들로 하여금 매우 편하게 책을 읽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카이사르가 저술한 '갈리아 전쟁기' 원전을 그대로 읽는걸 꺼리게 만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갈리아 전쟁기는 저자의 서문도 없고, 책을 저술한 의도도 드러나지 않으며 저자인 카이사르의 개인적인 감정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다. 역사적 현상 뒤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와 거기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개인의 심리를 알아보는 것에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고 보면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는 읽는데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덕분에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를 직접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막상 그 책을 읽어본 후에는 '아 이래서 카이사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영웅 또는 천재는 다르긴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8년 동안 지속된 갈리아전쟁은 카이사르의 천재적인 리더쉽과 통솔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갈리아 전쟁을 마무리 짓게 되는 알레시아 공방전은 카이사르의 능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핵심적인 장면이 된다. 그리고 갈리아 전쟁에서 보여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모습은 그 당시 시대의 시민들뿐 아니라 현대인들까지 집중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정작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로마 제국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갈리아 전쟁 이후에 보여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개혁 정신이었다.

 

명문귀족 출신이지만, 기득권 세력하고는 거리가 먼 돌연변이같은 카이사르. 40세 전까지는 로마제국의 지도세력이 겪는 '명예로운 경력'하고는 담을 쌓았으며, 40세 이후에야 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그가 꿈꿔온 향후 로마제국의 융성을 향해 나아가는 카이사르. 이런 카이사르는 국가를 창건하는것보다 어렵다고 여겨지는, 국가나 제국이 한번 더 도약하고 절정에 이르게끔 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로마 제국의 진정한 전성기로 나아가는 길을 만든다. 4권에서 카이사르가 어떻게 로마 제국의 외적인 모습을 바꾸어놓았는지 보았다면, 5권에서는 카이사르가 어떻게 로마 제국의 내적인 모습을 바꿀려고 노력하는지 살펴보자.

 

 

Originally written by BlueMiR in http://blog.naver.com/bluemir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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