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런 책이 있나 싶다.

기발하면서 도발적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은 그림엽서가 책 내용이다.
어떤 엽서는 작게, 또 다른 엽서는 크게 나와 있다.

엽서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죽고 싶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바람을 피웠다는 유부녀의 고백도 있고
어릴 적 자신을 성폭행한 삼촌의 죽음을 반기는 저주도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보통 엽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름하여 ‘비밀엽서’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내용의 엽서이다.
그런 엽서가 이 책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득하다.

그래서 약 300페이지짜리 이 책을 읽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저자 프랭크 워렌은 2004년 지역사회 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인생 최고의 비밀을 적어 익명으로 보내달라는 우편엽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슴 속에 담아둔 비밀을 폭로하는 엽서가 지금까지 15만통 이상 접수되었다고 한다. 
노골적이고 암울한 내용도 있지만 발전적이고 사랑스런 이야기도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엽서 자체도 예술작품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엽서를 그래픽 하이쿠라고 부른다.
(하이쿠는 일본의 정형시(詩)를 의미한다.)
이 책 <비밀 엽서>에 소개된 엽서 중 몇 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여생을 홀로 지낼 것이 두려워요. 그런데 혼자 살기 싫어 정착하는 건 원치 않아요."

 

 

"3년전 나는 자살을 시도했어요. 지금 나는 18살인데, 사람들은 내가 행복해 보인다고 해요. 나는 여전히 죽고 싶은데..."

 

 

"이 엽서를 보내는 내 손이 떨려요. 내가 잘 못했거든요."

 

 

"(점자) 신은 나를 사랑하는 유일한 분. 지구상의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아."

 

 

 

이 책은 현대인의 정신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비밀 속에는 인간성이 담겨 있다.

추악하기도, 이중적이기도 하며 지극히 진실하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크리에디트’는 한국판 비밀 엽서를 출간하겠다고 한다.
책에 엽서 석 장이 끼워져 있다.
비밀 내용을 적어 보내달라는 안내문도 있다.
선정해서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터넷 등으로 익명성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은 얼마나 많은 비밀 엽서를 보낼지 궁금하다.

속내를 털어 놓을까?

우리는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평, 비밀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