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갈 사람, 디자인이나 건축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흥미를 주지만, 일반인은 안 읽어도 사는 데 큰 지장 없는 책이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이다. 

책등이 유난스럽다. 붓으로 쓴 것 같은 큼지막한 글씨로 제목이 쓰여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박훈규 작가가 2003년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낸 이후 두 번째로 낸 책이다. 영국 런던에서 더블린까지 15개 도시를 돌면서 건축, 박물관, 조각, 미술, 낙서까지 갖가지 디자인적 요소를 이 책에 담았다. 그것을 사진, 스케치, 글로 표현해서 이 책을 만들었다. 두툼하지만 글보다 시각적 자료가 많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만 사진 때문인지 종이가 무거운 책이다. 

일반인은 안 읽어도 사는 데 큰 지장 없는 책이라고 했지만, 일반인의 역마살을 부추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또 '여행하려면 이처럼 하라'는 팁(tip)을 주는 책이다. 영국을 여행하고도 서울에서처럼 맛집만 돌아다니고 쇼핑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의문에 이 책은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 생각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사진이 감각적이고, 그림도 수준급이다. 그런데 사진 위에 글을 겹쳐놓은 편집은 감각과 수준을 희석시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