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랬다.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아고타 그리스토프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헝가리 국경 마을에서 태어난 제2차 세계대전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 소련 탱크가 부다페스트로 밀고 들어오자 남편과 함께 갓난 아이를 품에 안고 조국을 탈출했다. 스위스에 정착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전쟁은 세상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저자는 비정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예를 들면 변태성욕자 장교, 아버지의 아이를 낳은 소녀, 그 소녀가 낳은 불구의 아이, 불면증 환자,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충격받은 도서관 직원, 그녀와 불륜 관계인 정신과 의사 등이다. 이런 사람들이 이 책에 등장해서 전쟁의 불완전성을 표현한다. 시점도 혼란을 더한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간다. 시간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이 책은 상ㆍ중ㆍ하편 3부작으로 되어 있다. 상편(부제 비밀노트)은 1986년 출판되었다. 작가는 자신을 삶을 소설 형식을 통해 투영했다. 전쟁 통에 도덕성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잔인성을 배워간다. 중편(부제 타인의 증거)은 1988년에, 하편(50년간의 고독)은 1991년에 출판되었다. 상편이 출판될 때만 해도 저자는 중편과 하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야 했다. 중편과 하편을 읽을수록 상편을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희석된다.

 

처음 이 책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상편만 읽어도 무방하다. 물론 중편과 하편을 자신도 모르게 집게 될 정도로 유혹적이지만. 혼란스런 전쟁 통을 그린 책이다. 그 혼란을 쉽게 표현했다. 인간이 느끼는 전쟁을 무감각하게 그렸다. 문체도 어렵지 않다. 이런 점은 독자를 유혹한다. 유혹은 혼란으로 이어진다. 중편과 하편을 읽을수록 어지러워진다. 내용이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독자가 전쟁의 혼란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라는 저자의 의도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이런 의도라면 저자는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