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와 책 냄새에 중독되면 한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며 책장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궁금해진다.
다른 사람의 집이나 사무실로 초대를 받으면 첫 눈길은 언제나 서재로 향한다.
이런 증세는 여간해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특히 유명 작가의 서재에는 어떤 책이 버티고 있는지 궁금해 몸이 근질거린다.

 

이런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만든 책일까.
책 <작가의 방>은 유명 작가 6명의 서재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박래부는 신문사 기자시절부터 눈도장을 찍어둔 유명 작가들의 방을 습격했다.
이문열, 김영하, 강은교, 공지영, 김용택, 신경숙의 서재를 샅샅이 훑었다.
마치 독자가 직접 작가의 방에 있는 것처럼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책이나 서재에 대한 생각도 적혀 있다.
여기에 사진과 삽화까지 더해져 사실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이문열 작가의 서재는 도서관 수준이다. 책장은 천정까지 높아 사다리까지 있다.
김영하 작가의 서재는 그냥 학교 연구실이다. 큰 느낌은 없다.
강은교 작가의 서재에는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창턱이 있다.  
공지영 작가의 서재는 기분 좋은 동굴 같다. 하루 종일 갇혀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김용택 작가의 서재는 책이 너무 많아 정신 없어 보이지만 창호지로 비치는 은은한 햇볕이 일품이다.
신경숙 작가의 서재는 다른 작가들보다 가장 넓어 보여 가슴이 환해진다.
 
작가의 방을 둘러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내 방과 크게 다르지 않군.”
“나도 저런 서재가 있었으며…”
“책이 너무 많아 필요한 책을 찾을 수나 있을까?”
질투 반 부러움 반이다.
다른 이의 서재를 보고 싶어 안달이 나지만 보고 나면 시들해진다.
그런데 이 증세는 금세 도지므로 또 이 책을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