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인간연습>.
조정래 작가의 필력이 발휘된 길지 않은 장편 소설이다.
남북 분단과 이념 문제를 소재로 삼았고
윤혁이라는 비전향수를 주인공 인물로 삼았다.

윤혁은 간첩으로 체포되어 수십 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이념을 포기하지 않아 전향을 거부했다.
갖은 고초를 겪다 기절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손도장을 찍었다.
졸지에 전향수가 된 윤혁은 감옥을 벗어났다.
한 형사의 감시 속에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보호관찰 대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소련이 붕괴하고 북한의 경제 사정이 악화됐다.
사회주의의 붕괴에 윤혁은 이념적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수기집을 출판해 인기를 끌었다.
수기집에 감동한 한 보육원 원장의 도움으로 말년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겉으로는 전향수이지만 속으로는 결코 전향하지 않은 비전향수의 고민은 이 책 곳곳에 배어있다.
남한에서는 감시의 대상인 겉으로만 전향수이고,
북한에서는 변절자 취급을 받는 신분이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는, 우리 역사가 낳은 고아이다.

작가는 이념적으로 공허한 상태에 빠진  '역사의 고아'에 초점을 맞췄다.
그 '고아'가 새로운 이념으로 변화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그려냈다.
그래서 제목도 <인간연습>인가 보다.
작가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다"라고 설명한다.
통일되지 않은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할 책이라고 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