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은 나이에서 회상해 보는 어릴적 기억은 가끔 정말 그런일이 있었는지 의심될 만큼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아련히 밀려왔다 밀려가고는 합니다.

지금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동네 친구들과 가끔씩 저희집 2층 옥상에 올라가

계단에서 뛰어내리는 내기를 하던 장면은 그나마 비교적 또렷이 기억하고 있답니다.

누가 더 높은 계단에서 뛰어내리는가에 대한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손끝이 짜릿짜릿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도

마치 '이것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능청을 떨면서 뛰어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승리의 기쁨과 함께 잠시나마 바람을 머리카락에 날리는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는지

가끔 새처럼 팔을 파닥이며 나는 흉내도 내어보고 꿈속에 조차 경험하기도 하였답니다...

이렇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은 인생의 꿈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울트라맨,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베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판타스틱의 주인공들...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을 탄생시켜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 특히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오랜시간 수많은 연구 끝에 결국 비행기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을 보듯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꿈이었던것 같습니다.

<하늘을 나는 소녀> 역시 그런 꿈의 일부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겠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내용에

밤을 세워서 단숨에 읽어내릴 만큼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였답니다.

"신의 섭리를 믿고 순리대로만 살아온 매클라우드 집안에 파이퍼가 태어났어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구름처럼 가볍고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능력을 타고난 파이퍼는

자신의 재능때문에 오히려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게 되네요.

결국 자신을 이해해주는 헬리언 박사를 따라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만 모인

'정부 비밀 연구소'에 들어간 후로는 더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로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어느날, 콘래드와의 문제로 인해 연구소에 들어가게 된 파이퍼는

연구소 안에서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비인도적인 고문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최대의 적이었던 콘래드와 유일한 동맹을 가지게 되고,

끔찍한 음모에 대항하는 파이퍼와 친구들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지요.

모든 일은 잘 풀리고 모두가 행복해지게 되고,

파이퍼는 여전히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하늘을 나는 법 대신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네요."

누군가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특별한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인지,

남들 눈에 띄기를 꺼려하며 꼭꼭 숨기며 평범하게 살 것인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시기하거나 괴물 취급하며 피해 다닐 것인지...

그 누군가가 정말 '누구냐?'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은

간사하게 이기적으로 변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늘을 나는 소녀>는 "해리 포터의 우정, 빨강머리 앤의 감성,

엑스맨의 초능력을 결합한 판타스틱 성장소설!"이라고 강조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세가지 모두를 보았던 사람들은 딱 공감할 그런 말이네요~

특히 작가 '빅토리아 포레스터'가  캐나다의 시골 농장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빨강머리 앤>을 즐겨보았던 저로서는 파이퍼의 성격과 감성이

빨강머리 앤과 무척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파이퍼가 자란 시골 로랜드 마을도 앤의 배경과 비슷한 것 같네요.

그건 아마도 두 작가 모두 자신들이 자라난 캐나다 시골 마을의

따스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을 나는 소녀>는 작가 '빅토리아 포레스터'가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계약을 맺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으나 작가가 이 이야기를 너무나 사랑해서

소설로 먼저 완성하여 작품을 발표한 거라고 합니다.

따라서 곧 <하늘을 나는 소녀>가 영화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여러 장르가 주는 재미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충분히 영화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든답니다.

끝으로, 몇번씩 되풀이 하며 제가 가슴속에 담았던 파이퍼의 말이랍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믿고 신뢰하고 싶어 해. 그리고 그럴 수 없을 때. 인생은 더 이상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닐 거야. 그건 희망이 없는 것 같았어.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니, 나쁜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난 누구를 위해서든 다시는 하늘을 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거야. 난 그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하든지 상관 안 해. 어느 누가 요구하든, 그 사람들이 얼마나 근사하든, 자신을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어.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허용하지 않으면 그들은 어떤 짓도 할 수 없어. 결국 사람들이 착한지 나쁜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